종교

한학자 총재, 아프리카 노예섬서 희생된 슬픈 영혼을 위로하다

tkaudeotk 2018. 1. 31. 15:35

가정연합, 세네갈 고레섬 해원식 의미는 / 

“300여년 걸쳐 600만명의 노예 희생, 인류가 저지른 가장 가혹했던 역사 / 

더이상 갈등·고통없는 평화섬 기원” / 세계적 종교 지도자로는 처음 방문 / 

응급환자 등 긴급상황 대비 배 기증 / 셍고르 시장, 한 총재에 명예시민증



최근 세네갈 고레섬을 방문한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가 

“인류 조상이 태어나고 축복의 땅이었던 아프리카 대륙이 인류 평화와 미래 행복을 위해 거듭날 것”을 기원하고 있다.(왼쪽) 

한 총재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뒤 오귀스탱 셍고르 고레섬 시장 부부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고 있다. 
가정연합 제공


최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이 개최한 ‘고레섬’ 행사가 종교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레(Goree)섬은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동쪽 3㎞ 앞바다에 위치한 길이 900m, 폭 300m가량의 작은 섬이다. 

수백년 전 노예무역의 중계지였던 이 섬 안에는 역사박물관 등 노예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남아 있다. 

가정연합은 인류 비극의 역사를 안고 있는 이 노예의 섬에서 특별한 종교적 의식을 가졌다.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는 고레섬에서 “인류 조상이 태어나고 축복의 땅이었던 

아프리카 대륙이 인류 평화와 미래 행복을 위해 거듭 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30일 가정연합에 따르면 한학자 총재는 노예선 출항지로 유명한 이 섬을 지난 19일 종교지도자로선 처음 방문했다. 

한 총재는 노예로 팔려가다 사망했거나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사후의 명복을 기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기독교계 한 목회자는 “이교도라고 할 수 있는 가정연합 한 총재가 이슬람 신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곳에서 

종파를 초월한 인류 화합을 선언한 것은 종교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총재는 당시 세네갈 정부가 마련한 배로 다카르항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고레섬에 이르렀다. 

한 총재는 2시간여 동안 섬에 머물면서 기도와 메시지, 종교적 의식을 진행하면서 수백년 전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 종교 의식을 가정연합은 ‘해원식(解?式)’이라고 불렀다. 

의식이 행되는 동안 이 섬의 행정책임자인 오귀스탱 셍고르(Augustin Senghor) 시장 부부는 한 총재에게 명예시민증을 전달하며 감격했다. 

세네갈 정부 인사와 수행원 등 200여명을 대동한 한 총재는 아직도 남아 있는 노예 섬의 흔적을 둘러본 뒤 메시지를 전했다. 
한 총재는 “인류가 신의 이름으로 저지른 가장 가혹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피부색이 다른 이교도라는 이유로 과거 300여 년에 걸쳐 2000만명의 원주민이 노예로 끌려갔고 600만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다”면서 

“더 이상의 갈등과 고통과 전쟁이 없는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늘을 중심 삼고 완전히 하나 된 화합과 통일의 세계를 완성하는 평화의 섬이 될 것을 기원하며, 

가정연합이 앞장서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한 총재는 응급환자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배 한 척을 기증했다. 

이 섬은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방문했던 곳이지만, 아직 변변한 의료시설조차 없다.

한학자 총재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뒤 명예시민증을 받고 있다.
가정연합 제공



본격적인 노예선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19년 23명의 흑인이 네덜란드의 해적선에 실려 
미국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 도착한 이래, 노예무역이 금지된 1807년까지 150여만명의 원주민이 고레섬을 거쳐 미국으로 팔려갔다고 한다. 
백인들이 일일이 찾아내서 납치한 게 아니었다. 현지의 족장이나 왕이 다른 부족을 습격해 잡아다놓고 
백인 노예매매상들이 오면 금 등을 받고 팔았다고 한다. 
노예선에 실릴 때 그들은 마치 화물처럼 배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포개졌다. 
이들은 때때로 선상반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대부분은 진압됐다. 
백인들은 반란 주모자 엉덩이의 껍질을 벗겨낸 뒤 엉덩이를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벗겨낸 엉덩이에 화약, 레몬즙, 소금물, 고춧가루와 다른 약을 함께 넣고 문질러 고통을 배가시켰다고 한다.

이 끔찍한 교역을 주도했던 유럽의 노예상인들은 그들을 문명사회로 이끌어 구제한다고 떠들었다. 
노예들은 이동 중 10명 중 한 명꼴로 사망했다. 
이 같은 죄악은 제국주의, 중상주의 때문에 빚어졌다. 
이후 4세기에 걸쳐 2000여만명의 사람들이 짐짝처럼 포개져 대서양을 건너 팔려나간 것이다. 

한 총재의 고레섬 행사는 이슬람 지도자인 셰이크 만수르 디우프(Cheikh Mansour Diouf)와 
조지 오거스터스 스톨링스 대주교의 안내에 따라 이뤄졌다. 
디우프는 700만명에 이르는 세네갈 이슬람 신도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로 저명 인사다.

한 총재를 안내했던 이슬람 지도자들은 “아프리카는 약탈과 고난, 멸시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동쪽 끝 대한민국에서 온 한 총재의 초종교, 초교파적 행보는 분명 아프리카에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고 평가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