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뉴시스】신대희 기자 = "농사 20년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입니다."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운남면 연리 양곡마을 구일간척지에서
벼 농사를 짓고 있는 이장 박관인(47)씨는 "하천과 저수지도 말라버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마을 논바닥 대부분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논을 보기 힘들었고, 일부 논에는 바람이 불자 흙먼지가 날렸다.
타들어가는 농토에서 자라던 모는 사실상 고사됐다. 말라 비틀어진 모판도 곳곳에 방치됐다.
가뭄으로 이 마을 주민들이 모내기를 한 79만388㎡의 논 가운데 42만9752㎡ 규모의 모는 고사됐다.
나머지 36만3636㎡의 논에는 물이 없어 모내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업용수로 쓰였던 양곡저수지와 주변의 작은 하천도 보름 전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박씨도 지난 8일 자신의 논(23만1404㎡)에 모를 심었지만, 10분의 1정도(2만3140㎡)의 논만 물기를 머금고 있다.
이마저도 1㎞ 가량 떨어진 가정에서 지하수를 끌어다 논에 넣으며 버티고 있는 수준이다
물 순환이 안 되면서 남은 모의 염분 농도가 벼 생육 한계치를 넘어선 0.56%까지 측정됐다.
가뭄이 지속되면 올해 농사는 반타작도 못할 판이다. 당장 내일 소나기가 예보돼 있기는 하지만,
3개월째 타들어가는 농토를 해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박씨의 아내 배현자(44)씨도 '야속한 하늘'을 보며 한 숨만 내쉬었다.
갈라진 논바닥에서 고사 직전의 벼를 만지던 박씨는 이내 돌처럼 굳은 땅으로 이동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풀약을 연신 뿌렸다.
그는 약을 뿌린 직후 "벼 이양 작업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직파법'으로라도 벼농사를 이어가려고 한다.
상토도 모자라서 장성에서 가져오고 있다"며 볍씨를 들어보였다.
그러면서 "무안군에 5곳의 관정을 뚫어달라고 요청했는데, 2곳만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정을 뚫으면 전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마을 저수지가 2~3차례 마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바닥을 드러낸 적은 처음이다.
현 상태로는 가뭄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없다. 6월 중순이 넘어가면, 벼를 심어도 수확할 수 없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마을 인근 동암리 양파 재배 농가도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밭에 앉아 양파를 재배하던 한 농민은 "양파의 모양이 들쭉날쭉이고,
가격도 올라 수급도 원활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전남지역 강수량은 5월 말 현재 154㎜로 평년(423㎜)의 36% 수준에 불과하다.
저수율도 61.3%로 현 상태가 지속되면 농작물 피해가 크게 늘 것으로 우려된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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