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돌아보면
먼 길을 걸어왔다.
희망과 좌절...
기쁨과 슬픔...
땀과 외로움 속에서
걷고 걷다가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사람들은
지천명(知天命)이니
이순(耳順)이니 하며
삶의 연륜에 걸맞게
나이를
구분하여 말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삶은 어렴풋하기만 하다.
젊은 시절에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뜨거운 열정이 있어
그렇게 삶을 하나씩
알아가려니 하였고
나이들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저절로
삶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지혜가 쌓이며
작은 가슴도
넓어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삶이 불확실하다는 것 외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흰머리 늘어나고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내 생각과는 다른
남의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 아집과 편협함이
지금도 내 안에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되고
나를 해치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미움과 탐욕,
그리고 원망의 감정들을
내려놓지 못하는
바로 내 자신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치의 혀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던
사랑이라는 말도
막상 냉혹한 현실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한낱 허망한 꿈에
지나지 않는,
내 존재의 가벼움도 본다.
그것은
삶의 서글픔이고
영혼의 상처이며
아픈 고통이다.
그러나
그렇게 처절하게
다가서는 절망도
또 다른 빛의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새로운 통로가 될 것이려니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앞서 지나갔던
끝없이 펼쳐진
그 길을 바라보며
이 순간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그리고 그 길에서
내가 정말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길에서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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