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잦은 비는 한 맺힌 듯 쏟아진다.
추측하건데, '유난히'란 단어는 내년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며 이 땅이 온대가 아니라 아열대 기후대인가 의심하게 할 것이며,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더위는 이 땅에 사는 동식물의 종류와 모양, 성격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과정은 모르나 결과는 그럴 것이라고들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2011년 8월 2일부터 6일까지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8월 캠페인을 했다.
캠페인은 1일부터였으나 폭우로 지리산국립공원이 입산 통제되어 하루 늦게 시작하였다.
캠페인 마지막 날인 6일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무이파 때문이라 했다.
이래저래 8월 캠페인은 비를 뚫고, 그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우리는 지리산국립공원을 이야기했다.
지리산'국립공원'에 인접한 지자체들(남원, 함양, 산청 구례 등 4곳)이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으로 거론되는 노고단, 반야봉, 제석봉에 15m 5층짜리 건물이 들어설 경우를 상상해보자고 했다.
전시물로, 눈빛과 말로, 노래로, 유인물로 우리의 생각을 전했다.
우리는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았다.
매번 느끼지만,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서명자들은 대단히 적극적이다
현수막을 보고, 서명 부탁드립니다란 말을 듣고, 지나치다 다시 돌아와서 서명을 한다.
'이 서명은 해야지, 어디다 놓겠다는 거죠?, 대체 누가 한답니까, 왜 하나요?, 미쳤구랴!'
각 가지 질문에 대답하려 최선을 다하지만 딱히 대답 말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대체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 반야봉, 제석봉(천왕봉)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이유가 뭘까? 그래도 되는 걸까?
우리는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스티커 붙이기를 했다.
어린이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는데 어른들도 흥미를 가졌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리산 케이블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찬성_ 장애인, 노약자들도 지리산 정상(천왕봉, 반야봉, 노고단 등)에 오를 수 있으니까
- 반대_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이니 야생동식물과 경관 보전을 위해, 지금 그대로
- 찬성_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반대_ 민족의 영산, 어머니산인 지리산에 철탑은 말도 안 돼!
당신은 어찌 생각하는가!
우리는 종주하는 등산객 배낭에 소형현수막을 달아줬다.
지리산 산행자의 패션 아이템이라 하자 선뜻 등을 내밀었다
그리고 8월 5일 저녁,
우리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 500일 맞이 '지리산 여름 문화제'를 했다.
2011년 8월 5일은
2009년 5월 4일 함태식 선생님이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에서 시작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가 500일째 되는 날이었다.
500일째 날엔 지리산만이 아니라 북한산, 설악산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한다.
500일 동안 대부분의 날을 산에서 보낸 김병관 대장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500일의 사연을 웃으며 얘기할 날이 올까?
곧 오겠지!
이명박 정부가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500일을 더 산에서 보내야 한다.
지리산에서, 설악산에서, 북한산에서 보낼 이 후 500일은
국립공원과 그곳에 사는 생명체와 어우러지니 더 없이 평화로운 그곳을 더 사랑하고 더 감사하게 하는 시간일 것이다.
홍현두 단장(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기획단)이 밀려오는 어둠과 안개 사이에서 문화제 시작을 알렸다.
화담 원장(진주 죽향문화원)이 예를 다하여 지리산 노고단에 차를 올렸다.
김휘근 님(지리산생명연대 활동가)이 본인은 항상 기대에 못미치는 노래를 부른다며 '석봉'이를 간절히 불렀다
산내에 사는 '아마추어'(팀 이름이 아마추어다.)가 대금과 소금, 기타로 김영동의 삼포가는 길과 영화 미션의 'Nella Fantasia'를 연주했다
김경숙 원장(김경숙 국악원)이 신명을 내어 지리산 아리랑과 백세 아리랑을 불렀다
함양주민 성염 님(전 로마교황청 대사)이 돈에 휘둘리는 세상을 안타까워했다.
케이블카로 인해 갈등하고 분열되는 지리산생명평화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요한 신부(진주산청성공회)가 작사 작곡한 '노고단 원추리도 반대다'를 불렀다.
신부의 아들은 아빠를 위해 쭈그리고 앉아 악보를 들었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8월 캠페인은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그 사람들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피켓을 들고, 밥을 하며 지리산 케이블카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사람들은 노고단에 머물지 못해 미안하다며 쌀과 김치, 밑반찬을 보내줬다. 힘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사람들은 어떠한 대가도 없이 장고, 징, 기타, 대금, 소금, 찻잔, 한지 옷을 들고 1500m를 올라왔다.
그 사람들은 지리산에 일어나는 일을 내 일로 여겼다.
이 시대 지리산'국립공원'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안에 우리가 있어 나는 행복했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민종덕 님, 허명구 님, 윤주옥
가져온 곳:http://plug.hani.co.kr/windjirisan/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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