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페 ‘안드로이드 GPS & EARTH’ 운영자 최순호씨 제작
오룩스, 로커스 앱에서 사용 가능… 카페 우수회원에게 무료 공유
최근 몇 해 사이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며 등산 스타일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산행에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검색하는 것은 물론,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산 속의 현 위치까지 파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는 무선 인터넷이 원활하게 연결되는 곳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여전히 전화 통화가 안 되는 깊은 산중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오지산행이나 산줄기를 종주하는 마니아층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다.
통신망 연결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오프라인 디지털등산지도와 앱이 필요했다.
산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지도가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지도는 대부분 도로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등고선이나 등산로 정보가 빈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마트폰 GPS를 활용하는 동호인들은 종이 등산지도를 스캔한 것을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산에 갈 때마다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등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런 불편을 일거에 해소한 전국 디지털등산지도를 공유하는 카페가 있어 화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지도를 만든 것이 한 사람의 열정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산에서의 조난 경험이 지도 제작 동기
전국 디지털등산지도를 만든 이는 다음카페 ‘안드로이드 GPS & EARTH’ 운영자 최순호(57·닉네임 별똥대)씨다.
그가 스마트폰용 등산지도를 만들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산에서 조난을 당한 경험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오지산행을 즐기던 그는 5년 전 즈음 오대산 안개자니계곡에서 길을 잃었다.
1m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에 고립되며 독도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산행 경험과 나침반, 등산지도가 전혀 소용없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제자리에서 비박을 하고 안개가 걷힌 후에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독도가 불가능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비책을 찾았고,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확한 오프라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많은 카페를 검색해 비교한 뒤,다음카페 ‘안드로이드 GPS & EARTH’에 가입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개방적인 운영방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산행 시 필요한 오프라인 지도를
하나씩 만들어 올리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카페에서 회원들이 제작한 등산지도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다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좀더 좋은 지도가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독학으로 GIS를 익혀 전국 디지털등산지도를 제작한 최순호씨.
이미지 지도는 정부 공개 ‘온맵’ 기반
이런 그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전역의 이미지 지형도와 벡터 맵이 만들어졌다.
이 지도는 카페를 통해 회원들과 공유했는데, 일부 온라인 지도 업체에서 불법지도라며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토지리정보원에 문의해
‘온맵 기반의 지형도를 카페 내에서 회원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괜찮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동호인들 사이의 공유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가 제작한 지도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진다.
그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으로 보여 준 등산지도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전국 지형도가 그대로 표시되는 것은 물론, 등산로와 주요지점의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했다.
이는 이미지 지도와 벡터 지도를 겹쳐서 보는 기능을 통해 구현한 것이었다.
벡터 지도와 이미지 지도 두 가지를 모두 만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벡터 지도는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데다, 용량이 작고 확대 축소가 자유로워 사용이 편리하다.
하지만 지형 파악이나 독도에 필요한 시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종이 지도를 그대로 스캔한 이미지 지도는 보기 좋고 지형 파악이 쉽지만 용량이 너무 큰 것이 문제다.
현재 카페에서 배포 중인 MBtile 포맷의 이미지 지도의 크기는 총 34G(기가바이트)에 달한다.
용량이 크다 보니 64G 용량의 외장 미니SD카드 메모리가 필요하고, 원활한 구동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사양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벡터 지도인 img 포맷의 전국 지형도는 약 1Gb에 불과하고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도 원활하게 구동된다.
장단점이 확연한 지도라 함께 사용할 때 더욱 활용도가 높다.
“카페에서 배포 중인 전자지도는 종이지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아직 100%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원본에 오류가 있는 곳은 국토지리정보원에 수정을 요청하는 등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국가에서 할 일을 카페 회원들이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더욱 좋은 지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일례로 2016년 나오는 온맵의 경우 고도정보(DEM, Digital Elevation Model)를 이용해 음영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기존 지형도에 비해 훨씬 보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음카페 ‘안드로이드 GPS & EARTH’ 초기 화면.
여러 앱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제작
카페에서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등산지도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에 지도를 볼 수 있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은 오룩스맵(Oruxmaps)과 로커스프로(Locus Pro)를, 아이폰은 갈릴레오(Galileo)라는 앱을 사용한다.
이들 앱으로 이미지 지도인 MBtile 포맷의 전국 등산지도를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작동하는 오룩스맵과 로커스프로는 img 포맷의 벡터맵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유료(약 9,000원) 앱인 로커스프로는 MBtile 지도와 img 지도를 겹쳐서 보는 기능이 있어 활용성이 높다.
하지만 로커스프로는 사용법이 조금 복잡해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초보자는 백터맵과 이미지 지도를 모두 지원하는 오룩스맵으로도 산행 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단 안드로이드 OS의 버전 4.4 이상의 스마트폰에서만 벡터맵의 한글이 깨지지 않고 인식된다.
“스마트폰을 산행용 GPS로 사용하려면 앱 설치와 세팅, 파일 관리 등을 능숙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희 카페에 가입해서 일정 조건(새글 20, 댓글 50, 방문일 60일)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우수회원이 되고 지도 공유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지도만 있다고 능수능란하게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카페의 게시물을 보고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아쉬운 것은 회원들이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카페의 글을 조금만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것도 반복 질문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루에 1시간씩 10일만 게시판의 내용을 읽어 보면서 공부하면 누구나 수준급으로 등산지도 앱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개인사업까지 후순위로 미뤄둘 정도로 열정적으로 전자지도 제작에 매달렸다.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독학으로 익히고
고가의 프로그램을 사비로 구입하고 배우면서 일을 진행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 눈도 많이 나빠졌다고 한다.
미치지 않았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지금까지 해 온 것이다.
물론 카페 회원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지원자들이 단순작업을 품앗이하기도 했고,
매뉴얼을 번역해서 그에게 제공한 이들도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최순호씨의 디지털등산지도인 것이다.
1 오룩스 앱에서 불러 온 설악산 지역의 벡터 지도. 2 로커스프로 앱에서 불러 온 설악산 지역의 이미지 지도. 3 로커스프로 앱에서 이미지 지도와 벡터 지도를 겹쳐서 사용하는 화면.
등산인들의 안전한 산행이 목표
그가 어려운 작업을 통해 만든 디지털등산지도를 회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등산인들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확한 전자지도가 있으면 초행길도 문제없고, 산에서의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조난 사고가 발생해도 정확한 지도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인명구조가 가능하다.
그는 소방당국이 원한다면 협조해서 얼마든지 전자지도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만든 지도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전자지도는 참고용이지 절대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용 중에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위한 참고용 자료로만 사용해 달라는 이야기다.
그는 디지털지도를 제작하며 관련 부서와 교류를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리정보과(주무관 류준화)에서 주관하고 있는 온맵서비스의 유일한 민간인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산림청이 추진하는 중점지리개발사업 가운데 등산로 관리 파트의 자문위원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그는 2016년용 벡터 지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할 지도는 기존에 담지 못했던 독도의 등고선까지 확실하게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에 푸른색을 넣어 해안선과 섬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개선해 시인성도 높였다.
또한 산림청에서 공개할 예정인 3,600개 등산로를 검증해 지도에 반영하고,
산길에 번호를 매겨 설치한 소방구조목 위치도 표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마다 디지털등산지도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그의 각오다.
월간산 정기구독자에게 디지털등산지도 공개
카페 회원 가입하고 신청하면 가능
이번에 다음카페와 디지털등산지도를 본지에 소개하며
카페 운영자는 월간산 정기구독자에게 등산지도 사용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다음카페 ‘안드로이드 GPS & EARTH’(http://cafe.daum.net/androidgps)에 회원으로 가입 후
‘가입인사 게시판’에 월간산 정기구독자(정기구독번호, 이메일 주소 기입)임을 밝히면 운영자가 확인 후
지도를 다운 받을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해 줄 예정이다.
월간산 정기구독자 디지털등산지도 공유 기간과 방법 등은 카페에서 별도의 공지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월간 산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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