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통막걸리

【 앵커멘트 】
국산 쌀이 아닌 수입쌀을 이용해 막걸리 등을 만들어 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업체 18곳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쌀 가공산업 육성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업체도 있었습니다. 
한민용 기자입니다.
【 기자 】
경북지역의 한 주류업체 양조장에 검찰이 들이닥칩니다.
"이 파란색 막걸리는 국내산이죠? (네) 하얀색 뚜껑은? (국내산입니다.)"
100퍼센트 우리 쌀로 만들었다고 표시돼 있지만, 가격이 싼 미국산 수입쌀을 국내산 쌀과 혼합해 제조한 겁니다.
이 업체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5억 원 상당의 막걸리 60만 병을 판매했습니다.

90년 전통을 자랑하며 과거 정부로부터 지역 대표 주류로 선정됐고, 

쌀 가공산업 육성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업체인데 꼼수를 쓰다 적발된 겁니다.
지상파 방송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강원도 지역의 주류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입쌀만으로 동동주를 제조하고도 국내산 쌀만 쓴 것처럼 속여 2억 3천만 원 상당의 동동주 29만 병을 팔았습니다.

검찰이 전국의 쌀 가공식품 제조업체 40여 곳을 단속한 결과, 적발된 곳은 절반이 넘는 18곳.
국내산 쌀의 3분의 1 가격인 수입쌀을 사용해 얻은 부당이득만 40억 원이 넘었습니다.
검찰은 적발된 업체 대표 등 28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MBN뉴스 한민용입니다. [ myhan@mbn.co.kr ]
영상편집: 박기덕

90년 전통의 회곡막걸리 위기…원산지표시 논란

[스포츠월드=안동 · 이병기 기자] 

“사소한 불찰로 지금까지 ‘회곡막걸리’를 사랑해 주신 소비자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바이오산업단지에서 회곡막걸리를 생산하는 

안동회곡양조장 대표 권용복(45)씨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는 할아버지부터 3대째 90년을 이어져 온 회곡막걸리의 명성이 단숨에 무너져 내린 것이 

자신의 탓인 양 안타까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발단은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이 원산지 허위표시에 따른 

부당이득 취득 혐의로 쌀 가공식품업체 18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적발 업체들은 대부분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유명 막걸리 제조업체로 

회곡양조장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관련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권씨가 국산과 수입쌀을 섞어 막걸리를 제조하고서 원산지는 ‘백미(국내산)’로 표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권씨는 미국산 쌀을 막걸리 제조에 이용한 것은 사실이나 원산지를 속이는 위법행위는 없었으며 

수입쌀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려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산 쌀은 입국(粒麴·누룩의 일종)을 만들 때만 사용했으며 

막걸리의 주원료인 술밥(술을 담글 때 쓰는 고두밥)은 100% 국산 쌀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국세청 규정에 따라 20% 정도를 차지하는 입국(粒麴)의 경우 

국내산은 찰기가 많아 누룩으로 만들기 어려워 지난해 말부터 부득이 미국산을 사용해 왔다며, 

식품첨가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산지 별도 표시 대상이 아닐 뿐더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사전 확인까지 거쳤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농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식품첨가물은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는 부당이득 취득 부분에 대해서도 좋은 술 맛을 내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정부미보다 가격이 비싼 햅쌀을 서안동농협 미곡처리장에서 매입해 쓰느라 제조 원가는 훨씬 높아졌다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검찰 적용 혐의는 입국(粒麴)에 대한 원산지 표시 위반 부분이며 

이마저도 관계기관 간 법 해석이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마치 모든 쌀을 수입산으로 사용한 것처럼 보도한 일부 언론 때문에 졸지에 악덕업체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했다. 

권씨는 이와 관련해 검찰에 항의했으나 

‘대통령상 수상 등 유명업체라 앞세워 명시해 보도한 것으로 추정될 뿐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섭섭함을 나타냈다.  

안동회곡양조장은 2007년 대한민국주류품평회 입선, 

2012년 쌀 가공산업 육성 공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안동지역 대표 막걸리 제조업체다. 

권씨는 

“지난 20여 년간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막걸리를 선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품질향상에 전념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업자로 전락했다”며 

“법정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며 입국(粒麴)의 원산지 표기 유무는 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king9592@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