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 다반

tkaudeotk 2015. 5. 4. 13:00

비상(非常)이 일상(日常)인 사람


일상다반(日常茶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차를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평소에 반복되는 보통의 일을말합니다. 

그런데 비상다반(非常茶飯)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 사무실에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제 사무실과 소방서는 불과 100여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현재의 사무실에 근무하던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 평균 대여섯 번 정도 소방차와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를 듣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라 사이렌 소리가들릴 때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쏜

살같이 도로를질주하는 소방차의 행렬을 내다보았습니다. 

업무에 방해가 되긴 했지만 걱정스런 생각을 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만일 내 일상이 저렇게 항상 비상을 위해 산다면 얼마나 긴장될까? 

나에게 비상이 일상이 되어 버린다면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은아들 녀석이 한밤중에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급히 대형 병원의 응급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비상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긴장감 속에서 긴박하게 움직이는 의무진의 모습을 보며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새삼 느꼈습니다. 

비상이 일상인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제 사무실에서 단 한 번의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저도 비상이 일상이 된 삶에 조금 적응이 된 모양입니다.


일상(日常)이 비상(非常)이 되었을 때


세상에는 일상이 비상이 되어 벌어지는 비극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군에 간 아들에게서 1주일에 1번정도 안부 전화가 옵니다. 

“잘 있느냐?”고 물으면, ‘무슨상을 받았습니다. 무슨 자격증을 땄습니다. 

곧 휴가를나갈 겁니다. 상병으로 진급할 겁니다.’ 등을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런 말이 잘 안 들어옵니다. 그저 “네! 잘 있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평범한일상에 대한 소식이 제게는 가장 좋은 소식으로 들립니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세차장에서 차를 닦으며 성실하게 일하던 한 40대 남성이 급발진 사고로 추정되는 차량에 치어 숨졌습니다. 

얼마 전에 사고 현장의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보았습니다. 

그저 차를 닦던평범한 일상이었을 뿐인데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허무하게 끝나, 

남겨진 가족이 감당해야 할말할 수 없는 슬픔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1년 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3박 4일간의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전날, 한엄마는 아이에게 “수학여행 언제까지니?”라고 물으니,“금요일이요!”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아이를 태운 세월호는 진도팽목항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였고, 

금요일이 되어도 집상이 되어 버린 지금,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마디 잔소리를 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후회가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유족들은 “얘들아! 금요일엔 돌아오렴!” 하고 깊은 그리움을 안고 애타게 불러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금요일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일상이건만 누구도 원치 않았던 비상 상황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들이 품은 마음의 그리움은 너무도 큽니다. 

음에 쓰라린 상처를 안고 눈물로 살아가야 하는 일은말할 수 없는 고통이요 비극입니다.


우리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잊지 않고 기꺼이 그들의아픔을, 그들의 슬픔을,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자녀는 곧 우리의 자녀이고, 그들의 아들과 딸은 곧 우리의 아들과 딸이기 때문입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우리에게는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감사할 조건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아침에 일어나 숨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평소 바닥에 머리만 대면 깊은 잠을 주무시던 제 어머니께서 얼마 전부터는 원인 모를 불면증에 시달리고계십니다. 

몸이 아파 잠 못 드는 이에게는 잠 잘 자는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아파 몸져누운 이들에게는 걸어 다니는 일조차 크게 감사한 일로 여겨집니다.


시인 노천명(1912~1957)은 그의 시 ‘감사’에서 

“저 푸른 하늘과 태양을 볼 수 있고 대기를 마시며 내가 자유롭게 산보할 수 있는 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이것만으로 나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다.”라고 노래한 바 있습니다. 

얻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우리가 가진 것, 

이미 우리가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할 조건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얼마 전, 자동차를 타고 가며 라디오 채널을 옮기다엄마에 대한 애절한 가사에 끌려 한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라는 내용의 가사였는데 잠시 차를 멈추고 스마트폰으로 방금 나온 노래가 뭐였지? 

하고 노래 검색 앱을 실행해 보았습니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의 노래였습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바람은 이처럼 소박합니다.이 노래 가사에는 자식에게 대해 큰 기대를 걸기보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 곁에 소중한 사람, 

소중한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대하여 늘 감사하면 희망을 꿈꿀 수 있지만, 

일상이 절망스러운 벽에 부딪힌것같이 느껴지면 좌절하거나 포기하기 쉽습니다. 


일상이 평상이든, 일상이 비상이든 감사하며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고 강조합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희망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그들의 희망을 누림에 대하여

감사할 특권이 있군요.


2015 April

월간 가정과 건강에서 발췌




늦은 밤 선잠에서 깨어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부시시한 얼굴
아들, 밥은 먹었느냐

피곤하니 쉬어야겠다며
짜증 섞인 말투로 
방문 휙 닫고 나면
들고 오는 과일 한 접시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엄마,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