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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다문화 시대> 軍 다문화정책 있나(하)

tkaudeotk 2014. 12. 7. 09:42


"군대 잘 다녀오겠습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2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에서 입영 장정들이 부모에게 경례하고 있다. 

이날 102보충대를 통해 입영한 장정은 1천290명에 이른다. 2014.8.12 <<지방기사 참고>> jlee@yna.co.kr


"당국은 조사·통계도 없이 '그냥 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다문화가정 장병의 군 입대가 늘면서 '다문화군' 시대를 맞고 있지만, 관련 정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올 한 해 군대 내 사건 사고가 잇따라 터져나와 국민을 불안하게 한 터여서 

다문화 장병들을 포함한 군 전체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아직 겉으로 드러난 사례는 없지만, 구타와 괴롭힘 등 군대 문화의 고질적인 악습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장병들이 사회에서보다 더 심한 차별과 고통을 당할 개연성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전체 군대 문화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여전히 소수자인 다문화 장병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국방부 다문화 정책 미비 = 국방부는 다문화 장병이 증가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역차별 논란을 우려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일례로 병무청 자료 외에는 군 복무 중인 다문화 장병의 현황을 파악한 정확한 집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병무청 자료는 징병 신체검사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부모의 국적을 밝힌 내용을 집계한 것이어서 정확한 수치로 보기 어렵다. 

국방부는 별도로 다문화 장병의 현황이나 군 복무 실태 등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국감 질의하는 윤후덕 의원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군심리전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윤희 합참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4.10.13 hihong@yna.co.kr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현황 파악을 위해 부대별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상이 드러날 경우

 복무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별도의 복무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다문화 이해·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시행해 다문화 친화적 병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교육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또 현재 군 복무중인 다문화 장병들에 대한 취재 요청에 곤란하다는 입장만 표시했다. 

국방부 입장은 "다문화 병사를 위한 별도의 정책 수립·시행은 역차별이 발생하거나 지나친 관심이 집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기존의 병사관리 체계를 통해 조기 적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문화 장병 관리를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군의 다문화 수용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최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다문화 장병 1천 명 시대에 국방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는 군대 내에서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이들이 잘 적응해서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와 통계가 있어야 가늠이 될 것"이라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잘하고 있다'고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사실상 다문화 장병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들이 병영 생활에 적응하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총은 이렇게 쏘는 건가요?" (동두천=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20일 육군28사단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안보현장체험'에서 참가자가 전시된 군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국부 기사 참조>>2009.3.20rao@yna.co.kr


◇ "군대 내 다문화 이해 교육 중요" = 

서울대 인류학과 김광억 명예교수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다문화 추세에 대비한 군 복무 발전 방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군에 다문화 시대에 대비할 것을 조언한 바 있다.

그는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도 구타나 괴롭힘, 따돌림 등으로 사고가 빈번한 지금의 군대 문화에서 

피부색이나 외모가 조금 다른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들이 겪을 어려움은 오죽할까 싶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피부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다"라며 

"피부와 문화,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젊은이들이 만났을 때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도록 교육을 자꾸 시켜야 한다. 

군대 내에서 젊은 병사들의 관념을 성숙하게 하는 문화 강좌를 많이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주민 지원단체 '지구촌 사랑나눔'을 이끌며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을 20여 년 간 보살펴 온 김해성 목사는 

국방부에 다문화 장병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특별히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를 여읜 삼남매를 맡아 기르고 있다. 

그래서 그는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이 얼마나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목사는

 "한 아이는 학교에서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깜씨' '아프리카' '너네 나라 가라'는 식으로 놀림을 받는 바람에 

마음의 상처를 못 이기고 자해를 하기도 했다"며

 "만약 군대에서도 이런 식의 놀림이 있다면 그로 인한 분노는 극단적 방식으로 분출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걱정했다.

그는 "사고라도 하나 터져야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식으로는 안 된다"며 

"다문화가정 자녀가 군에 입대할 경우 특별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다수 한국인 병사들의 인종차별적인 의식을 바꾸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