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부당함 말하면 '신앙 부족'.. 교회 왜 이러나

tkaudeotk 2014. 8. 2. 23:19

필자는 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이다. 해고당한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것이 주된 일이다. 

해고가 다반사인 우리 일상에서 해고당하지 않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부당해고에 대처하는 법을 조금만 알고 대응하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더 이상 억울하게 잘리고 뒤돌아서서 눈물 훔치지 말자. 

우리 사회의 해고지수를 조금만 낮추어 보자는 바람에서 본인이 경험한 노동위원회 해고 사례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 기자 말



신도수가 3천 명을 넘는다는 모 교회에서 해고되어 

지방노동위원회(아래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한 신민웅(가명, 59세)씨는 이곳에서 9년간 경비 업무를 봐왔다.


ⓒ freeimages

'억울하게 짤렸다'고 구제신청을 한 집사님, 본인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사님, 해고가 적법함을 항변하는 권사님.

신도수가 3000명 넘는다는 모 교회에서 해고되어

지방노동위원회(아래 지노위)에 구제신청(심판회의는 지난 6월 25일 열렸다)을 한 신민웅(가명, 59세)씨는 이곳에서 9년간 경비 업무를 봐왔다. 

처음 5년은 교회에서 직접고용 했지만 6년째 되던 해 파견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2년이 지난 2012년 또 다른 파견업체와 2년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만 2년이 된 2014년 3월, 해당 파견업체는 신씨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신씨 말고 이 교회에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총 9명.

 경비업무자 4명과 청소업무를 보는 5명이 그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계약이 연장되었다.

그렇다면 신씨가 해고된(회사의 주장으로는 계약종료)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에서 하나님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같은 신도를 이간질시키면 되나요?"

교회측 대리인으로 지노위에 참가한 장로라는 사람은 말끝마다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을 강조했다. 

그가 이야기한 '이간질'의 전모는 그러했다.

신씨는 경비로 채용되어 있지만 3000명 규모의 교회는 그에게 경비 업무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일요일에는 보통 주차 업무를 함께 봤고,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음향을 옮기거나 손 봐주는 것도 신씨의 일이었다. 

대형교회이다보니 주말, 주중 가릴 것 없이 결혼식이나 각종 행사가 많았고,

 행사가 있는 날이면 주차, 안내, 행사에 필요한 온갖 잡다한 일까지 신씨의 몫이었다.

신씨가 업무를 줄여줄 것을 파견 업체 대표에게 몇 차례 건의하였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결국 신씨는 자신의 요구를 적어 교회 측에게 보냈다.

"같은 신도끼리, 교회에서, 허물이 있더라도 덮어줘야지.

 어떻게 교회에 저런 글을 올릴 생각을 다합니까. 저런 사람과는 함께 일 할 수 없어요."

신씨는 9년 동안 일한 기록, 그간 받아온 작업지시와 관련된 자료를 꽤 꼼꼼히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씨가, 교회가 자신의 직접 사용자였던 정황들을 설명하면 할수록 "신앙이 낮은 사람" 

"교회에서 일하기에 적절치 못한 사람"으로 몰렸다.

왜 저들의 노동은 헌신과 봉사인가

최근 노동위원회는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것만큼이나 적절한 합의와 보상으로 사건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다보니 해고에 대한 법적 판단 이전에 

사용주(피신청인)가 노동자(신청인)와 다시 일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심중을 따져보는 편이다.

사용주가 "도저히 다시 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낙인 찍는 순간, 노동위원회 위원들은 보상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한다.

 이 때, 이미 판세는 기울었다고 생각한 사용주는 합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고 

결국 신청인은 복직도, 보상도 다 놓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번 대형교회 경비노동자인 신씨도 교회의 보수적이고 완강한 태도로 인해,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교회의 직접 사용자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다투기보다는 

교회 업무의 특수성이 주로 얘기되었고, 이러한 분위기가 신씨 주장의 상당 부분을 희석시켰다. 

결국 이 사건은 기각되었다.

지난 4월, 소망교회에서 50여 명의 직원이 노조를 설립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조를 불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들 소망교회 노동자들도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열악해진 근로조건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고 노조 설립 취지를 이야기한 바 있다.

최근 많은 대형교회들이 파견업체를 통해 관리 인력을 공급받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라면 이후에도 교회 노동자들의 다양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들을 "노동자가 아니"라고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들의 '노동'을 '헌신과 봉사'라고만 할 것인가.

이제 이들의 근로조건을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합리적 시선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노동위원회의 입장과 태도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오마이뉴스 엄미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