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가정용 오물분쇄기 '짝퉁' 난립

tkaudeotk 2014. 7. 25. 11:48
업소용은 닭뼈·홍합껍데기 갈아 하수구로 직유입 


【에코저널=서울】

환경인증을 받은 가정용 오물분쇄기의 짝퉁제품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를 기화로 가정용을 개조해 용량을 키우거나 전력을 높인 업소용 오물분쇄기 사용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가 승인한 환경인증제품을 미인증제품에 표기해 판매하다가 수도권의 지자체에서 속속 적발됐다. 
업소용으로 변질된 불법제품은 처리된 음식물찌꺼기를 하수도로 직유입시켜 오염을 부추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환경부가 인증한 제품은 7월 현재 111개. 
업체 한 곳서 여러개의 제품인증을 받은 곳도 있어 업체만도 수 십여 곳에 달한다.

업체가 난립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분쇄기 만들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을 뿐더러
 설치도 간편해 주부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 부천시는 민원에 의한 사건을 접수하고 해당 A사 대표를 불러 조사하던 중 
이 업체가 판매한 주방용 오물분쇄기 상당수가 미인증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A사가 3년간 판매한 오물분쇄기는 매월 30대 가량으로 총 1천여대가 넘는 것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업소용으로 제작·판매한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해 정작 핵심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식당이나 대형급식소와 같은 업소용 오물분쇄기는 환경부가 승인한 가정용과 별개로 불법이다. 

반면 업소용은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별도로 운영되며, 
주방용과 같이 분쇄된 음식물찌거기를 하수구로 배출하면 폐기물 무단투기로 규정하고 있다. 
판매업체들은 법 규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마치 법 규제가 없는 것처럼 호도해 판매를 촉진시키고 있다. 

주방용도 하수구 직투입시 제한이 있다. 
분쇄된 음식물의 20%만 배출하고 나머지 80%는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을 지키고 있는 가구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50∼60만원을 들여 구입한 분쇄기를 최대 활용하는 방법은
 분쇄된 음식물찌꺼기를 완전 배출하는 것만이 비용을 쉽게 환원하고 2차 처리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냄새나고 처리가 불편한 음식물찌꺼기때문에 주부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자, 
이를 악용한 업소용이 주방용의 호기를 틈타고 판치고 있다. 
업소용은 싱크대에 직접 설치하는 소형부터 족발뼈를 제외한 닭뼈나 웬만한 고형물을 쉽게 갈아버린다. 
최근에는 중국산 맷돌형이 수입돼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업소용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용인의 B사는 무게만도 100kg을 상회하고 가격도 1천만원대에 달한다. 
업소용을 구입한 경기 기흥의 중국음식점은 홍합껍데기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악취도 문제지만 제때 수거를 하지 않아 주변에 온갖 해충이 들끓었다. 
지난 5월 제품을 구입한 식당대표는 몇 차례 사용하고 나서 음식물 처리에 대한 걱정을 싹 잃어버렸다. 
강철로 된 칼날과 강력한 파워의 분쇄기는 웬만한 동물뼈조차 갈아버린 후 하수구로 배출하면 만사 오케이다. 

서울 명일동의 C면옥은 A사의 오물분쇄기를 구입해 사용하면서
 양이 크게 줄어든 음식물찌꺼기를 따로 회수하지 않고 하수구로 방류해 버린다.

판매업체들도 문제지만 음식점 운영자들도 일반적인 상술만 믿고 설치·운영하다, 
식사하러온 공무원에 의해 직접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같은 문제는 업체들의 과장되거나 허위교육에 의한 판매방식이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A사에서 제품의 중간대리점을 했던 김모(42 서울)씨는
"업체에서 중간판매점 교육시 '업소용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판매자들은 식당 등에 영업을 하면서 "법에 위반이 안되니 믿고 구입해라"전하고 있다는 것.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음식점 주인들은 
그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단속 나온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오히려 항의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A사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에 대해 "소멸용으로 인증받아 100% 배출해도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업소용 역시 분쇄해 하수구로 배출해도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대리점 또는 위탁 판매인들을 교육시킬 때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업소용 판매전략으로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인증을 받은 제품은 가정용에 국한된 것이며 인증을 받은 제품외에 다른 규격에 인증을 부착할 수 없다"며 
"음식점 등에 설치된 업소용은 음식물처리기기 규정에 따라야 하며 
하수구로 직접 배출되는 것은 엄연한 폐기물관리법상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부의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허용은 지난해 실시된 수도권 일부지역 모니터링 결과에 따른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2월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사용하는 경기 남양주와 구리 등 
일부 가구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별다른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대부분의 하수관거가 분쇄에 따른 음식물찌꺼기의 투입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향후 하수관거가 정비되고 하수처리시설도 고도처리기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조사된 모니터링에 따르면 오물분쇄기를 구입할 경우 평균 대당 구입비는 약 57만원으로 나타났다. 
물사용량은 일일 6리터에 수도요금은 ㎥당 670원이 소요됐다. 

'구입 의향이 있느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대상자들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주민들은 전체의 87%가 '매우 원한다' 또는 '원한다'고 응답했다. 
여주군의 경우도 99%가 '매우' 또는 '원한다'고 응답했다. 

강성덕 기자 ecowri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