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아침이면 회사에 배달되는 김밥한 줄과 빵 그리고 음료로 하루를 시작하는 A(33) 씨.
점심시간이 되면 상사와 함께 회사 인근 식당에 끌려가 부대찌개와 소맥 두 잔을 먹고,
퇴근 후에는 친구와 함께 고깃집에 들러 삽겹살 3인분 등을 입에 털어넣는다.
5년째 반복되는 생활이다.
한때 날렵한 몸매의 소유자였던 A 씨. 이제는 앉으면 배부터 책상에 닿아버리는 몸이 됐고,
날렵했던 턱선은 살덩어리에 파묻혀 역사 속 유물로 남았다.
에너지를 비축해 두기 위해 솟아난 낙타의 혹처럼, A 씨는 언제 쓰일지 모르는 에너지를 몸에 두르고 생활 중이다.
A 씨의 입으로 들어간 하루 음식은 총 3057.5㎉(인터넷 포털 ‘칼로리사전’에 따라 계산한 값.
알코올 제외, 알코올은 지방으로 바뀌지 않음) 상당으로
한국영양학회의 연령별 권장 칼로리인 2400㎉(30~39세)를 훌쩍 넘겨버렸다.
밥 한 공기가 313㎉이니, 이날 A 씨는 쌀밥 10공기를 먹은 셈이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의 1일 에너지 섭취 기준은
20대가 2600㎉, 30~40대가 2400㎉, 50~60대가 2200㎉이며,
여성의 경우 20대가 2100㎉, 30~40대가 1900㎉, 50대가 1800㎉이다.
권장량을 훨씬 넘어서는 칼로리를 섭취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비단 직장인 A 씨 뿐이랴.
전화 한 통이면 15분 내 달려오는 패스트푸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앞에 대령되는 각종 맛집 음식들,
골목골목 숨어 마법의 맛을 내는 각종 음식까지 유혹의 손길은 도처에 널렸다.
특히 무심코 입에 넣고 마는 ‘별거 아닌’ 것의 칼로리가 보기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
이른바 ‘다방커피’라고 불리는 커피믹스의 경우 한 봉(12㎖)의 경우 50㎉로,
끼니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게 되면 삼각김밥(174㎉)으로 한 끼를 더 추가한 셈이 돼버린다.
오렌지주스의 경우 한 컵(200㎖)에 120㎉에 육박하며,
고구마로 만든 과자의 경우 한 봉지(100g)가 466㎉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2760㎉에 이르는 수제 버거, 900㎉가 넘는 커피 한 잔,
한 개에 300㎉가 넘는초코쿠키 등 상상 이상의 고칼로리 음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악마의 음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경계 태세를 갖추기도 하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고 마는 게 현실이다.
칼로리를 과다섭취하고 이에 맞춘 에너지 소비가 일어나지 않으면 먹은 음식은 몸에 들러붙어 살이 될 가능성이 많고,
비만은 당뇨와 심혈관질환ㆍ이상지혈증 등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돼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성인의 비만 유병률(성인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25 이상)은 32.8%를 기록했다.
10명 중 3명이 ‘비만’인 셈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는 36.3%로 조사를 시작한 1998년 26.2%보다 10% 이상 늘어났고,
여자의 경우는 28%로 2.9% 증가했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고지방ㆍ고칼로리 음식을 먹을 때는 이를 소모하는 운동이 필요한데,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운동할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이 점점 뚱뚱해지면서 정부도 기업도 모두 팔을 걷어붙이는 상황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의 식품선택권 보장을 위해 열량 등
영양성분 표시를 장류ㆍ커피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2009년부터는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 학교 안에서 고열량 식품을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식품영양성분 DB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 중이며,
올해는 칼로리 계산 기능과 식습관 평가 기능 등이 담긴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기업도 저열량 식품을 내놓고 있다.
일부 라면업체의 경우 기존 라면(480~500㎉) 칼로리의 절반 정도인 라면을 선보이기도 했고,
기존 커피믹스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칼로리가 반으로 줄어든 커피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 커피전문점은 정부 정책에 앞서 스스로 판매되는 커피에 칼로리 등 영양 표시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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