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커쇼의 선행

tkaudeotk 2014. 3. 6. 15:21


2013년 한국의 야구팬들은 LA다저스 투수 류현진 선수의 활약상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응원했습니다. 

그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의 동료 선수인 클레이튼 커쇼 선수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커쇼가 미국의 하이랜드 파크 고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께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넌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러자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때 선생님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된다는 것은 사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들단다. 

하지만 네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는 꿈을 꾸고 그 일을 목표로 성실하게 살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이 소년의 가슴은 뛰게 되었고 그의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갔습니다.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20살이 되었을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1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야구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다승 1위, 평균 자책점 1위,탈삼진 1위의 기록을 세웁니다. 

그리고 투수로서 평생에 1번 받을까 말까 한 상이자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주목했던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한번은 그가 미국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아프리카의 실상을 보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그의 마음속에 보람 있는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는 정규 시즌이 끝나고 휴가를 내어 아프리카 잠비아로 가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천적 AIDS 감염자로 힘겨운 삶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10살 소녀 호프 양을 만나게 됩니다.

‘희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호프 양을 위하여 당장 그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고 

“어떻게 하면 그 소녀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2010년 그의 아내 엘렌과 결혼한 커쇼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신혼여행지로 잠비아를 택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호프 양의 이름을 따 수도 루사카에 ‘희망의 집’이라는 고아원을 설립하였고 

자신이 어릴 적 선생님께서 꿈을 심어 주었듯이 이곳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탈삼진 1개를 잡아낼 때마다 500달러를, 

그리고 그의 후원자는 그의 뜻에 동참하여 그가 탈삼진 1개를 잡아낼 때마다 100달러를 기부하기로 하였고, 

모아진 기부금을 아프리카 아동을 위해 사용하도록 전하였다고 합니다. 

또다시 시즌이 끝나고 2013년 11월, 그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생애 2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30명의 선거인단 중에서 29명에게서 1위 표를 지지받을 만큼 빼어난 성적이었습니다. 

 

사이영상 시상식이 마친 후, 그는 어김없이 2013년 12월에도 그의 아내와 함께 잠비아로 1달간의 봉사 활동을 떠났고

자신의 트위터에 잠비아의 한 병원에서 그의 아내와 수술복을 입고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을 올려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는 최근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잠비아를 방문하였을 때 그곳에서 목격한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물질이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잠비아에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도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야구를 한다는 게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봉사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는 전쟁같이 치열했던 야구 경기의 정규 시즌을 마치고 

호화로운 별장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대신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의 봉사를 택했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

 우리 말에 보람이라는 뜻은 
“자기가 한 일의 결과가 매우 뜻깊고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한국어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단어 가운데 ‘보람’을 꼽았는데 
영어나 프랑스어에는 보람이라는 뜻을 대신할 합당한 단어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마감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퇴근 시간을 넘겨 9시쯤 집으로 가려다가 더 늦은 밤까지 수고하는 동료들도 볼 겸 해서 
아래층에 있는 공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여느 노동자처럼 하루 종일 인쇄소의 진한 기름 냄새를 맡고, 기계 소리를 들으며 때로는 늦은 밤까지 종이와 씨름하곤 합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던중, 가만 보니 머리에 경찰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순간 어디서 경찰 모자 하나를 구해 쓰고 하는 익살스런 행동이려니 했습니다. 
그러다 진지하게 “정말 이 모자는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니, 
사실은 일을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귀가한 후, 다시 파출소에 나가 이 경찰 모자를 쓰고 야간에 동네를 돌며 
방범 활동을 돕고, 청소년들을 지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수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몇 년째 꾸준히 고단한 몸을 이끌고 
봉사하는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평소 그의 삶에 활력이 넘쳤던 모습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남을 위한 봉사

 얼마 전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에 관한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가 암살당하기 두 달여 전에 이런 연설을 하였다고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내 생애 마지막 날에 나와 함께 있게 된다면 장례식을 길게하거나, 
제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킹 목사가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고 말해 주십시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기 위해, 
감옥에 갇힌 사람을 돌봐 주기위해 힘썼다고 말해 주십시오. 
그것만으로 충분하며 그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남을 위한 봉사는 그에게 최고의 보람이었고, 최고의 가치를 지녔던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태복음 5장 14~16절)며 
다른 이를 위해 봉사하는 선한 삶을 살라고 교훈하셨습니다. 
어려서는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았으나 언제부터인가 새해가 되면 
그 느낌과 의미가 새로워짐을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올해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박재만
 
본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