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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 보약인가? 독약인가?

tkaudeotk 2014. 2. 7. 14:39

"우유가 암세포 성장시켜" 방송에 소비자 혼란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사랑한다면 하루 세 번’이라는 멘트와 함께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유는 건강을 위해 매일 챙겨 마시는 완전식품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튼튼한 뼈를 위해선 필수적인 식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강의 상징 우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우유가 오히려 칼슘을 배출시키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 ‘우유가 뼈를 튼튼하게 하지 않는다?’ 우유의 불편한 진실



'우유는 보약일까? 독약일까?' 최근 EBS에서 우유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방송이 다뤄지면서 우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우유에 대한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17일로 거슬러간다.

EBS는 지난달 17일 ‘하나뿐인 지구-우유, 소젖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방송에서는 “우유는 보약”, “우유는 키를 크게 한다”, 

“우유는 건강”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달리 우유가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조사와 견해들을 소개했다.

특히 ‘우유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내용을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빌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자문의이자 영양학 전문가인 존 맥두걸(John McDougall)은 

“지금까지 제 환자와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전 세계에 ‘유제품을 먹지 말라’고 강하게 말해왔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는 “학교 필수 급식에서 우유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탄원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었다. 

우유 섭취가 뼈를 튼튼하게 하지도, 골다공증을 예방하지도 못하며 오히려 여러 건강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우유와 뼈 건강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우유=칼슘’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트리고 있다.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 대표인 닐 버나드 의학박사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7만 명 이상의 여성을 18년 동안 추적한 논문을 소개하며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이 대퇴부 골절 예방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칼슘이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생각은 신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유를 비롯해 20년간 건강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콜린캠벨 코넬 대학 영양생화학 명예교수도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대퇴부 경부 골절 발생률이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세계에서 우유를 많이 마시는 미국, 뉴질랜드, 스웨덴에서 오히려 골절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다이앤 페스카니치 박사 연구팀의 

‘청소년기 우유 섭취가 성인이 된 후 고관절 골절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22년간 미국인 9만 6000명을 추적한 결과,

10대 때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과 고관절 골절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에서 이의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먹게 될 경우,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키 성장은 되지만, 뼈는 약해질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의 단백질은 많이 먹게 되면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과도한 우유 섭취가 칼슘 배출을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 “암세포 성장 촉진할 수도” VS “우유는 완전식품”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는 우유 속에 함유된 IGF-1 성장인자가 암세포마저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IGF-1은 세포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뼈의 성장을 돕는 물질로 유명하다.

 

하지만 콜린캠벨 코넬 대학 영양생화학 명예교수의 ‘중국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우유 소비량과 전립선암 사망자수가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서도 IGF-1 농도가 폐경 전 여성들의 유방암 위험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장에 필수적인 IGF-1이 성장에 굉장히 필수적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면 

우리 몸에서 제거돼야 할 세포, 즉 암세포의 성장마저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오늘 우리처럼 영양공급이 과잉된 상태에서 우유를 지속적으로 먹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방송에서는 우유알레르기로 인한 사망과 지방 섭취 등을 소개하며 우유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최근 하버드 의대는 우유 섭취량을 하루 최대 2잔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증폭되자 대한암협회가 중년 이후 남성은

저지방 우유를 하루 200ml 이하로 마시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는 견해들도 소개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전문위원인 진현석 박사는 “미국 사회의 아이들이 자기 체중에 맞게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데, 

평균적으로 과다한 식품을 섭취하기 때문에 비만이 유발되는 것이지, 우유가 나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진 박사는 또한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8가지 필수 성분이 필요한데,

우유에는 필수 아미노산 8개를 포함, 성장발달에 필요한 칼슘, 인, 마그네슘, 미네랄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있다. 

과하지 않으면 아이들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도

“우유는 필수 아미노산과 필수 지방산 그리고 미네랄이 완벽하게 갖춰진 식품”이라고 말했다. 

 


우유 소비량과 대퇴골 경부 골절 발생률 그래프.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대퇴골 경부 골절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EBS



◇ “우유 먹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우유업계 “안심하고 먹어도 돼”

 

이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완전식품으로만 믿고 있던 우유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주장은 큰 충격이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우유는 필수 식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혼란감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 우유소비량은 1990년대 이후 점차 늘어 2013년 한해 3358톤에 달하며, 

우유시장 규모(2011년 기준)는 2조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엄마는 “우유가 진짜 건강한 식품인 줄 알고 열심히 아이에게 먹였는데 배신감이 든다. 

우유를 먹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적당히 먹이라면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엄마는 “우유뿐만 아니라 뭐든 불편한 진실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유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하니, 불안해도 믿고 먹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방송 이후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낙농업 종사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극단적인 사례를 일반화해 국민의 우유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재방송을 취소하고

인터넷에 소개된 영상을 삭제하라고 방송사를 상대로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강형주)는 

“해당 프로그램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이고, 전체 취지를 살필 때 중요한 부분이 진실이 아니라고 보기 어려우며, 

우유가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학자들의 입장도 소개했다”는 이유를 밝히며 기각했다.

 

우유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해당 방송은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았다면서 우유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을 일제히 밝혔다.

 

우유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 관계자는 

“논문 데이터만 갖고 보면 우유가 뼈 건강에 좋다는 논문이 많은데, 너무 극단적인 데이터만 뽑아서 방송을 했다”고 우려를 전하며 

“우유는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칼슘 공급원이고, 안전하게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

 

롯데푸드 파스퇴르 관계자는 

“우유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자료가 몇 천배는 많은데, 우유를 독약처럼 묘사하는 건 과도한 루머다. 

우유는 인류 역사와 함께 오래된 음식이다. 

저온 살균으로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양심을 갖고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안심하고 먹어도 무방하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유를 마시는 건 전혀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우유를 먹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술적인 부분이라 뭐라 말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EBS는 이렇듯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방송 이후로 방송 내용과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가영 기자(ky@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