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유관순 할머니하고 동갑이시다.
아흔 다섯에 돌아가실 때까지 한 시도
몸을 쉬지 아니 하시고 움직이셨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무언가를 하셔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셨다.
편히 앉으시라해도 꼭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셨다.
이 사진도 앞에 검게 보이는 것은 할머니 무릎이다.
돌아 가시던 날도 하루종일 밭에 계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손자가 나갔다 들어오면
밥먹었냐고 챙겨주신 할머니.
먹었다고 하면 누가 밥을 그냥 주느냐고 묻곤 하셨다.
우리 애들은 증조 할머니에 대한 관념도 없다.
태어나기 전에 돌아 가셨으니까...
돌아가실 무렵엔 우리 사촌형제들도 기억을 못 하셨는데
그래도 같은 집에사는 친손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계셨다.
빛바랜 앨범속에서 할머니를 만나 스마트폰으로
할머니를 모셔왔다.
지금도 시골 고향집에가면 마루에 앉아 계시다가
손자가 오면 왔느냐고 맨발로 맞아 주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아련하다.
어린 마음에 신기했던 건
할머니는 치아가 하나도 없으셨는데
상추쌈을 그렇게 즐기셨다.
백김치는 안드시고
빨간 김치만 드셨다.
된장국은 안드시고
고깃국은 드셨다.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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