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수신확인·단체채팅 등 편리한 기능이 오히려 불편한 속사정
가입자 수 5500만명. 하루 메시지 전송건수 무려 30억건. 대표적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은 명실상부한 ‘국민 어플’이 됐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선 친구목록에 뜬 상태창을 확인하거나 ‘카톡 보내기’에 열중인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톡은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비해 주변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직장인 김민지씨(27)는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사람한테 연락을 할 때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전화나 문자메시지보다 덜 어색하고 실시간으로 빠른 대화가 가능해서 카카오톡을 즐겨 사용한다”고 말했다.
황하성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카카오톡에선 기호와 특수문자를 조합해 만든 문자메시지 이모티콘보다 다양하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문자메시지가 반드시 알려야 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공식적인 느낌의 매체라면
카카오톡은 채팅 같은 느낌으로 짤막한 대화들을 나눌 수 있어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인 매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불만에 대한 글들이 눈에 띈다.
카카오톡 탈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영구 탈퇴한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들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대학원생 박모씨(26)는 최근 카카오톡을 탈퇴했다.
메시지 확인 여부를 알 수 있는 ‘수신확인 기능’ 때문이었다.
박씨는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감시당하는 기분이 싫었다”고 말한다.
평소 학교 선배들이 술 약속에 부르는 일이 잦아 피곤함을 느끼던 터였다.
문자메시지를 사용할 때는 ‘메시지 확인을 못해서’라고 둘러댈 수 있었지만
카카오톡은 상대방이 메시지 수신 여부를 확인해 난처함을 겪은 경우다.
달갑지 않은 수신확인 기능
메시지를 보내는 입장에서 수신확인 기능은 카카오톡의 장점이다.
그러나 무시하자니 마음에 걸리고 답장하고 싶지 않은 메시지를 받는 상황에선 달갑지만은 않은 기능이다.
카카오톡에서 수신확인 기능을 없앨 수는 없을까.
카카오톡 측은
“원래 그룹채팅방에서 몇 사람이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알림 목적으로 개발된 기능이 일 대 일 채팅방에도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불편함을 사용자 대부분이 겪다보니 수신확인을 안 읽은 상태로 유지한 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 몰래보기’도 개발됐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한 단말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측이 개발한 어플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한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룹채팅’ 때문에 탈퇴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룹채팅 역시 문자메시지에는 없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약속시간 등을 정할 경우 동시에 채팅이 가능해 카카오톡의 유용한 기능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3G나 LTE, 무선데이터 망에서 무료라는 점 때문에 공해에 가까운 채팅 남발을 피할 수 없다.
유료인 문자메시지에선 없었던 일들이다.
그룹채팅 때문에 카카오톡 탈퇴를 고민하는 대학생 전모씨(24)는
“그룹채팅방에서 시시콜콜한 메시지나 쓸데없는 ‘ㅋㅋㅋㅋㅋ’의 남발을 보는 게 짜증난다”고 토로했다.
각각 다른 그룹의 사람들과 소속된 채팅방 여러 개에서 동시에 채팅이 이뤄지면 몇 분 사이에 수백개의 메시지가 누적되기도 한다.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느라 진동알림으로 설정해놓은 상태라면 끊임없이 진동음이 울리기 일쑤다.
전씨는 “그룹채팅방에서 무의미한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정작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상대방 얼굴 대신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SNS 피로감’이 카카오톡 탈퇴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 게시판에서 ‘카카오톡’을 검색하면 총 6만883건(8월 10일 현재)의 결과가 나온다.
이 중 1만1892건이 ‘자동 친구추천’ 기능에 관한 글이다.
질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사용자들이 글을 올린 목적은 거의 같다.
자신의 카카오톡 사용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저장한 전화번호 모두를 ‘카톡친구’로 등록하기를 원치 않는다.
전화번호만 저장하면 누구와도 카톡친구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는 없는 번호지만 상대방이 내 번호를 저장한 경우엔 친구추천 목록에 뜬다.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자동 친구추천 기능 때문에 난처함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직장인 안모씨(26)는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이 문자가 아닌 카톡으로 말을 걸면 사적 영역을 침범당한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불편하지만 탈퇴 못하는 이유는
취업준비생인 윤모씨(27)는 두 달 전 ‘과시용 카카오톡’에 질려 탈퇴를 생각했다.
상반기 공채 시기에 취업스터디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은행, 백화점 등 소위 ‘좋은 직장’에 합격한 시점이었다.
“취업에 실패해 마음이 괴로운데 스터디원들이 프로필에 올린 근황사진을 보면서 나만 불행하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곤란하고 불편한 점들 때문에 영구 탈퇴를 고민하더라도 실제 탈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카카오톡 탈퇴를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용자들은 유료 문자메시지로 돌아가는 데에 거부감을 느낀다.
‘공짜 카카오톡’을 버리기보다 단점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유난스럽다’는 시선을 받는 게 꺼려지는 것도 한 이유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학과 행사나 공지 등을 문자메시지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알리는 추세도 원인 중 하나다.
비록 소수지만 카카오톡을 탈퇴한 사람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버린 뒤 일상의 변화를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워 한다.
끊임없이 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홀가분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다는 이도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씨는 “다른 사람들이 다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지우니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카오 박용후 홍보이사는 카카오톡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에 대해 “자동친구 추천을 막을 수 있는 전화번호 등록방법을 이미 공지했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친구 숨기기’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며
“문명의 이기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 모두의 선호를 고려한 서비스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담은 인턴기자 luvya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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