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tkaudeotk 2022. 11. 25. 15:30

https://www.youtube.com/watch?v=q-glW7XuKxg 

손양원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입니다!

손양원은 1902년에 태어나 1950년까지 짧은 생을 살았다.

한국전쟁의 포성이 가까워지는 중에도 자신과 함께 한 한센 환자들을 두고 피난할 수 없다며 애양원을 지키다.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오늘날 그의 이름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아들을 죽인 청년을 용서한 그를 두고

‘예수의 심장을 가진 성자’라고 부르며, 손양원이란 이름을 저 높은 곳에 올려두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손양원을 평범한 아버지, 믿음 그대로 살고자 했던 인간임을 그려냈다.

또한 보통사람이 넘볼 수 없는 성자가 아니라

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격과 기질을 똑같이 소유한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무엇이 손양원을 다르게 한 것인지 그의 이면에 감추어진 그만의 깊숙한 내면을 탐색해 간다.

손양원의 용서와 사랑은 그가 처음부터 성자의 성품을 가져서가 아니라

보통 인간이 겪었을 온갖 비통을 이겨낸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ABOUT MOVIE]

밤이라 불리던 시대, 별처럼 빛났던 한 사람이 있었다.

한 시대의 구원을 믿었던 사람

세상 가장 낮은 자리의 한센인들을 사랑했던 사람

아들을 죽인 원수마저 사랑했던 사람.

그의 생이 끝나는 곳에서 ‘사랑’은 가장 빛나는 유산으로 남았다.

그 사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시기에 한 사람이 보여준 ‘사랑’의 품과 깊이를 경험하게 하는 영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이 영화를 통해 손양원과 동시대를 살았던 증언자들의 육성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손양원이 보여준 사랑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가 인간으로서의 온갖 비통을 딛고

왜 끝내 ‘사랑’의 삶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손양원을 ‘사랑의 성자’라는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평범한’ 나는 결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결론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손양원이 고통과 고뇌 속에서 내린 선택을 공감해보고자 함이었다.

그러므로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에서 손양원의 이름이 하나의 결론이나 해답이기보다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무수한 질문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그 사랑,

손양원의 삶을 추적하는 두 개의 시선, 그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보이는 것은 ‘사랑’이다.

2013년 12월 KBS에서 성탄특집으로 방송된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의 반향은 잔잔하게 계속되었다.

방송사 게시판에는 감동의 시청소감들이 줄을 이었고, 손양원의 두 아들이 희생된 여순사건에 대한 관심까지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제작진은 손양원의 삶에 대해, 그 삶이 남긴 것들에 대해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았다.

제작진은 두 가지 시선으로 손양원의 삶을 탐구하기로 했다.

하나는 손양원의 딸이 남긴 회고록의 이야기들을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담담하게 추적하는 것이었다.

두 오빠와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서 상처와 원망, 이해와 용서의 과정을 드러내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가해자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것이다.

손양원의 양자 안재선과 그의 아들 안경선의 자리가 그것이다.

안재선은 여순사건 당시 소녀의 두 오빠를 죽게 한 원수라고 할 수 있으나 손양원의 청원으로 목숨을 구하고, 이 집안의 양자가 되었다.

그는 2년 뒤 손양원이 한국전쟁 중에 순교하자 섧게 통곡하며 맏상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뒤,

어느 날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과거를 비밀로 묻은 채 세상을 떠났다.

안재선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손양원의 양자라는 사실을 함구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은 “신의 종이 되라”는 것이었다.

만약 당신이 그 아들 안경선의 입장이 된다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숨겨왔던 그 모든 과거를 알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 그에게는 손양원의 사랑과 용서가 어떤 의미로 보일까?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교차하는 두 개의 시선으로 손양원의 드러난 행적만이 아니라 내면의 고뇌와 절망,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게 한 사랑과 신앙의 무늬를 짚어보고자 했다.

그 세상,

무엇보다도 열심히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 4:8

손양원이 꿈꾸었던 우리 안의 천국 ‘사랑’.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통증의 길이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온갖 비통을 딛고 오직 ‘사랑’을 향해 나아갔다.

그의 사랑은 고통과 슬픔의 가시밭길을 지나야 닿을 수 있는 어떤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과정 역시 고요와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때로는 슬픔과 자괴감이 발목을 잡고, 괴로운 질문들이 떠나지 않는다.

손양원이 신비화된 성자의 자리에 머물기를 그치고, 뜨겁고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인간의 지위로 다시 내려왔을 때,

우리는 그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러워진다.

어쩌면 손양원이 주는 치유의 힘은 바로 그 고통과 괴로움, 슬픔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DIRECTOR’S NOTE]

DIRECTOR: 권혁만 (KBS 한국방송 프로듀서)

<그 사람 그 사람 그 세상>이 제작되기까지 기다림과 희망의 날들

첫 만남은 영화 속에서 극중에서 이철환 작가가 손양원을 처음 만나는 장면과 같았다.

2012년 여름, 여수에는 엑스포가 열리고 있었고 가족과 함께 박람회 전시장들을 둘러보던 나(권혁만 감독)는

홍보책자 속에서 우연히 손양원의 이름을 발견했다.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린 나는 애양원에 있는 손양원의 순교기념관을 찾았고, 그곳에서 쉽게 믿기지 않는 그의 삶을 만났다.

그리고 눈과 얼굴이 온통 부어 오른 한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사진 속 소녀는 손양원의 딸 손동희로, 그 사진은 여순사건 때에 두 오빠를 잃고 난 직후 찍힌 것이었다.

슬픔과 고통이 그 소녀의 얼굴에 있었다. 그렇게 나는 손양원의 삶 속으로 한 걸음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정작 방송사의 영상자료실을 샅샅이 뒤져도 그에 대한 자료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취재를 결심하고 다시 찾아간 여수 애양원에는 다행히 손양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미 많은 한센인 노인들이 세상을 떠난 뒤였기에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손양원의 삶을 회고하고,

솔직한 그리움을 드러내며 눈물을 보이는 한센인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나는 금세 빠져들었다.

그렇게 2013년 KBS 성탄특집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이 방영되었다.

하지만 50분의 시간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방송 이후에도 애양원을 찾아가 한센인 어르신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손양원의 삶을 다큐 영화로 다시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는 백발이 된 푸른 눈의 선교사들에게서 발견한 손양원의 삶

“손양원이 죽은 것은 끝이 아니었다. 그는 땅에 심어진 씨앗과 같은 사람이었다.

비록 씨앗은 없어지지만 후에 더 큰 수확을 가져온다.”

(스탠리 토플 선교사, 1959~1981 애양원 근무)

국내 취재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당시 손양원과 함께 애양원에서 사역했던 로버트 M,

윌슨 선교사의 아들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블랙마운틴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광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아버지 윌슨 선교사와 함께 한센인들을 진료한 의사였다.

다른 한 사람은 손양원의 순교 이후, 애양원에 파견되어 20년이 넘게 머물렀던 스탠리 토플 선교사였다.

그는 손양원의 양자 안재선을 만난 일이 있다고 했다.

벽안의 두 노인을 만나러 간 미국 여정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의 제작진에게 충만하게 다가왔다.

그들이 머나먼 한국에서 실천했던 사랑과 헌신의 삶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손양원의 삶 또한 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토플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손양원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땅에 심어진 씨앗과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씨앗은 사라져도 많은 수확을 가져온다고.

어둠에 젖지 않는 별빛, 손양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동화 같은 이야기들.

실화라서 더 시리고 아름다운...

불과 6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인물이지만 손양원에 대한 영상자료는 몇 컷의 사진이 전부다.

이에 제작진은 손양원의 삶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맏딸인 손동희 여사의 회고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손양원의 일화를 동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다.

역시 실제 자료 영상을 구하기 어려운 장면을 샌드아트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손양원과 한센 환자들 사이의 감동적인 실화들을 담은 샌드아트 장면은

진정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동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