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AI 성생활…"여보, 오늘밤 VR로 만나자"

tkaudeotk 2020. 11. 10. 21:20

"인간 같은 성인용 로봇 더불어, 공간 제약 뛰어넘을 것"
만지고 느끼는 감각 구현…센서 칩 통한 관련 기술 개발
단순 쾌락의 도구로 변질될 우려…"윤리적 문제 대비해야"

 

(사진=셔터스톡).

 

AI시대에는 미국과 한국의 거리만큼 멀리 떨어진 장거리 연인들도 성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 심리 치료학자인 로라 베르만(Laura Berman) 노스웨스턴 의대 교수는 

몇 해 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인간의 성생활과 결합하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연인 사이의 공간적 장벽도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VR 글래스를 착용하면 연인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접촉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 

베르만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기자가 상상해본 AI시대 가상의 일상을 담아봤다. <편집자주>

 

2050년 어느날. 인공지능(AI)ㆍ가상현실(VR)ㆍ통신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돼 A씨의 삶의 질은 부쩍 높아졌다. 

로봇이 A씨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와 기상시간임을 알린다. 

"오늘은 모처럼 휴일인데, 바닷가에서 조깅하는 건 어떠신가요?"라는 제안도 덧붙인다. 

'그래. 긴장을 푸는데는 바람쐬는 것이 제격이지'라며 외출할 채비를 한다. 

 

문 밖을 나가니, 5분 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한 자율주행 공유차량이 A씨를 기다리고 있다. 

2050년의 자동차는 소유물보다는 사회의 간접 자본으로 인식돼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개념으로 변화됐다. 

A씨는 차량에 올라 AI에게 주문한다. 

"드라이브 스루가 있는 맥도날드로 데려다줘". 목적지를 알려주고는, 차량 내부 스크린을 통해 A씨가 운영하는 매장 내부를 살핀다. 

그리고 AI비서가 어제 매장의 매출, 손님들의 후기 등을 자동으로 브리핑한다. 

 

자율주행차는 A씨를 근교 바닷가로 데려다줬다. 

A씨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고 차에서 내려 여유롭게 바닷가를 거닐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바닷바람도 맞았다. 

그러나 A씨는 긴장감과 설레임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만 같다. 이 때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러브 커넥트 예약 2시간 전입니다". 그렇다. A씨는 오늘은 특별한 약속이 있다. 

 

특별한 약속. 미국에서 근무하는 여자친구와의 VR글래스를 통한 데이트 일정이다. 

"어떤 말을 건낼까", 

"일주일 만의 성관계인데 실수하면 어쩌지". 설레는 마음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바람을 쐐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것이다. 

A씨는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줘"라고 말한 뒤 잠시 눈을 붙였다.

 

(사진=셔터스톡).

 

오전 11시. 뉴욕시간으로 저녁 10시이다. 웨어러블 형식의 로봇을 착용하고 VR글래스도 썼다. 

이어 러브 커넥트(가상 공간)에 입장했다. 곧바로 여자친구 B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기도 전 포옹부터 나눴다. 따뜻한 숨결과 체온이 느껴졌다. 

센서 칩을 통해 실제 인간의 신체와 유사하게 만지고 느끼는 감각을 구현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손 잡아볼래?". A씨는 가상의 공간에서 연인의 손을 잡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채, 함께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미리 예약했던 가상 호텔에 입장했다. 

호텔방에 들어와 경치도 구경했다. 이어 침대에 누워 입을 맞추고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을 보낸다. 

숨소리도 실감 났다. 

흐르는 땀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둘만의 밤을 보낸 뒤 다음을 기약했다.

 

(사진=셔터스톡).

 

성 심리 치료학자인 로라 베르만(Laura Berman) 노스웨스턴 의대 교수의 주장을 근거로, 다가오는 미래의 연인간 성(性)생활을 그려본 것이다. 

 

현재 VR 기술 수준을 평가한다면, 위 사례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베르만 교수에 따르면 '섹스 로봇'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성생활이 가능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르만 교수는 몇 해 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보여주듯이 인공지능(AI)ㆍ가상현실(VR)ㆍ통신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하면, 

육체적 파트너 없이도 미래 인류는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고 예언했다. 

 

영화 ‘그녀(Her·국내 개봉 2014년)’에는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 남자가 나온다. 

아내와 별거 중인 주인공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말도 잘 통하는 AI 비서 사만다에게 위안을 얻고 사랑에 빠진다. 

실제 영화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삼성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와 같은 현재의 AI 비서들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과 맞춤형 대화를 시도하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사진=셔터스톡).

 

AI와 더불어 VR의 기술의 성적 활용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가상공간, 인물, 상황 등을 설정해 육체적 쾌락을 충족하는 부분은 이미 상용화됐다. 

게임과 영상으로 나뉘어 VR 성인콘텐츠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UC글래스라는 중국 벤처기업은 영화 ‘데몰리션맨’(1993년)의 사이버섹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육체적 접촉이 없어도 성관계가 가능한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센서 칩을 통해 실제 성행위와 유사하게 만지고 느끼는 감각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촉감의 영역까지 아우른다는 것이 특징이다. 

 

앞선 AI·VR 기술들이 결합된다면 베르만 교수의 주장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판매되는 인형 수준의 '섹스돌'이 아닌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성인용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나아가 위 사례와 같이 멀리 떨어진 연인 사이의 공간적 장벽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더라도 연인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접촉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예상한 미래들이 긍정적인 모습만을 지니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 쾌락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윤리적 우려도 제기된다. 머지않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사회에 대해 준비를 해야한다고 제언한다. 

AI기술의 부정적 위험에 대해 사회가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