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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자’의 진화…경기 끝나면 0.1초만에 기사 뚝딱

tkaudeotk 2020. 6. 30. 07:23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날씨·스포츠·금융·재난 속보 활약
데이터 활용 맞춤형 서비스 기대

알고리즘 설계는 인간이 하기에
특정 정보누락 등 편향성 위험도

사회적 담론 이끌 저널리즘 중요
“인간기자 심층보도 더 강화될 것”

 

 

언론계의 알파고인 ‘로봇 기자’의 진화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짐에 따라 국내외 언론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 맞춤형의 뉴스 소비행태에 맞춰 몇년 안에 단순 속보는 로봇에게 넘기고 

기자 사회는 창의성과 통찰력을 담보한 심층보도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간을 대신해 기사를 쓰는 로봇 기자는 

<에이피>(AP),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 기업 실적 보도 등을 다량으로 쏟아내며 맹활약하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자동 생산하는 로봇 저널리즘은 단문 형태에서 감성과 다양한 어휘가 담긴 스토리텔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날씨·스포츠·금융·재난재해 등 정형화된 영역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 로봇 기자를 처음 도입한 언론사는 <파이낸셜뉴스>다. 

지난 1월부터 이준환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연구팀과 협업으로 증권 기사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식의 급등락 등 데이터에 기반한 수치 중심으로 하루 1회 시황 기사를 쓰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맞춤형 등 한 단계 발전한 기사들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해부터 이 교수팀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 프로야구 뉴스로봇의 기사는 

원고지 2장 분량에서 1년 새 6장(1200자) 분량으로 발전했다. 

올 하반기에는 기아·넥슨 등 개별 팀과 팬들을 겨냥한 최적화된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데이터 수집, 이벤트 추출과 선별, 기사의 무드 결정, 기사 생성 등의 단계를 거쳐 기사를 작성한다. 

알파고가 수많은 기보를 통해 데이터를 습득했듯이 로봇 기자도 기사에 나오는 어휘나 단어사전을 학습하며 표현을 익혀나간다. 

이준환 서울대 교수는 “로봇 기자의 문장 학습은 사람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린애가 ‘살랑살랑’이라는 봄바람 의태어 표현을 배우듯 

로봇도 학습하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가장 적합한 문장을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속도경쟁의 우위에 있다. 

로봇 기자는 스포츠 경기나 주식시장의 장이 끝나면 0.1초 만에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한다. 

플랫폼별로 ‘트위터엔 140자’ 등 다양한 지원도 가능하다.

 

이런 로봇 저널리즘이 미디어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이끌까.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언론사로선 로봇 기자를 쓴다고 당장 인력이 감축되거나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고교야구의 선호 팀이나 기업들의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하면 

광고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독일에선 축구를 좋아하는 지역민들을 위해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리그별 뉴스를 서비스하는 언론사도 있다. 

독일 방송사 <라디오 함부르크>는 로봇 기자를 활용해 6부 군 단위의 축구 지역리그의 기사를 포털을 통해 상세하게 제공한다. 

서비스에 걸림돌이었던 비용 문제를 소프트웨어 개발로 돌파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 온라인 사이트는 알고리즘 가중치를 달리해 어느 지역에서 접속했느냐에 따라 다른 버전을 제공한다. 

그 지역사회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다.

 

로봇 저널리즘에도 편향성 위험이 존재한다. 

데이터가 정확하면 실수 하나 없는 로봇이지만, 알고리즘의 설계는 인간이 하기 때문에 

특정 정보 누락이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준환 교수는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이다. 그래서 시민사회의 감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봇 저널리즘의 확산에 따라 기자들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우려도 있지만 공익적 이슈와 환경 감시 등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야 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탐구하고 분석하는 모델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기자들의 역할은 새로운 뉴스정보를 찾아 검증하고 전달하는 저널리스트에서, 

관점을 갖고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기능이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746080.html#csidxf338ad87c5ed203942bfdfcb96342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