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늘 잔잔한 호수의 물처럼

tkaudeotk 2019. 3. 10. 15:51



가끔 나 자신을 향해
조용하게 묻습니다. 

"너, 지금 행복하니?" 

행복이란 어쩌다가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행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아주 조그맣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들에서
오는 것이라던데 

그런 일상의 작은 기쁨들이
나를 기쁘게 하는
그 작은 행복의 조각들이
내 삶의 곳곳에 숨어 있다가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모처럼 휴일날
늘어지게 늦잠을 잔 뒤
뒤늦게 차려 먹는 아침밥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음악 

볕 좋은 아침 대청소를 하느라
활짝 열어놓은 창문 안으로
나폴나폴 날아들어온 하얀 나비 

엄마와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땀 뻘뻘 흘리며 무거운 장바구니를
한 손에 든채
입에 살살 녹여 먹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아침에 빨아 널은 빨랫줄에서
온종일 땡볕에 바짝말라
뽀득뽀득해진 빨래 

온몸의 힘이 빠지도록
늘어져 있는 나른한 오후에
입안에 살짝 털어 넣는
뜨거운 커피 한 모금 

아주 우연히 발견해
친구에게 들려주는
내 맘에 꼭 드는 시 한 편 

낡은 앨범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
좋아하던 친구의 사진 한 장 

그런데 요즘의 나는
행복한 건지, 아닌지 

글쎄
아마도 지금 난
행복도 불행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런 변화없이
늘 잔잔한 호수의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