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인권 변호사로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눈에 들어 정치에 입문하였고,
5공 청문회로 일약 정치스타로 급부상했으나,
3당 합당에 반대하여 다음 총선인 부산에서 낙선되었던 1994년 그 시기에 쓴 책이다.
변호사 개업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남편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다며 내게 변호를 의뢰해 왔다.
나는 그 사건을 60만원에 수임했는데
사실 당사자 간에 합의만 되면 변론도 필요 없는 사건이었다.
아주머니가 찾아와 합의를 봤다며 해약을 요구했다.
난 일단 사건에 착수하면 수임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변호사 수임 약정서를 보여주면서 돈을 못 돌려준다고 버텼다.
속으로는 미안하고 얼굴도 화끈거렸지만,
당시 사정이 급해 받은 돈을 이미 써 버린 후였다.
그 아주머니는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
"변호사는 본래 그렇게 해서 먹고 삽니까?"
하는 그 말 한 마디를 내 가슴 속에 던져 놓고는....
그러다 훨씬 뒤 내가 인권변호사로 활약하면서 언제부터인지
그 아주머니에 대한 기억이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법정에 서서 주먹을 흔들며 양심을 거론할 때는
어김없이 그 아주머니의 얼굴이 나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고 이른바 청문회 스타가 되고 나서부터는,
그 아주머니가 던진 말 한 마디가 가슴에 꽂힌 화살처럼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돈에 탐 안 내고 인권변호사로서 오로지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이라고 신문이나 잡지에 기사가 나갈 때마다,
어디선가 그 아주머니가 그 글을 읽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가슴이 조이곤 했다.
나는 지금부터 시작하려 하는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지금쯤은 백발의 할머니가 되었을 그 아주머니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내 삶의 영욕과 진실을 담보로 하여 따뜻한 용서를 받고 싶다.
-노무현 에세이 ‘여보 나좀 도와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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