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에디터는 대형 잡화 매장을 둘러보던 차에 그동안 고민하던 책 한권을 구매했다. <캘리그라피
시리즈2-실전편>이란 제목의 이 책은, 감성 손글씨(마음을 전하는 손글씨 문장)를 연습하기 위한 책이다.
소설, 동화, 취미, 실용도서 코너 속 층층이 쌓인 책들 가운데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악필 교정이나, 캘리그라피 자격증 따기 등의 목표 때문이 아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캘리그라피, 자신만의 개성 담긴 손글씨를 독학하고 취미로 갖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상으로 치부됐던 이 작은 행동이 불러오는 효과에 작은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키보드에 빼앗긴 손글쓰기의 자유
에디터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글씨를 바르게 쓰는 경연 대회가 열리곤 했었다.
교과서 속 글씨체에 맞춰 최대한 반듯하게(혹은 교과서 글씨와 가장 비슷하게) 쓴 학생들에게 상을 주는 대회였다.
그때 에디터를 비롯한 학생들은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그야말로 장인 정신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한 치의 삐뚤어짐도 용납하지 않았다. 연필을 꽉 쥐는 엄지와 검지,
그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중지. 그렇게 글자를, 글쓰기를 배워나갔던 세월이 무색하게 요즘은 스크린 터치가,
키보드를 누르는 감각이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에 보다 익숙해져 가고 있다.
초, 중학생들에겐 서예 시간이 아닌 이상 손글씨에 따로 시간을 투자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성인들에겐 더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같은 의미에서 이제는 개개인의 글씨체가 반듯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
문서 프로그램 속 정형화된 맑은 고딕체, 굴림, 궁서체 등이 있어 내가 악필이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손글씨는 점차 도태되어 가는 듯했다.
개성적인 글씨체가 읽기 위한 것이 아닌, 감상용, 아날로그 소통, 취미용, 디자인 도구로서 쓰이기 전까지 말이다.
▶마케팅 속 손글씨
최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손글씨의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때로는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시각적 수단으로, 때로는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의 수단으로써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수용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곳이 바로 문화, 마케팅 분야이다.
교보문고에서는 지난 5월 초부터 ‘2018 손글쓰기 문화확산 캠페인’을 진행,
그 일환으로 ‘손글씨 버스킹’ ‘교보손글쓰기대회’ ‘손글씨스타’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사람들은 책 속의 감명받은 문장을 골라 손으로 적으며,
SNS를 통해 나만의 손글씨를 뽐내거나, 서랍 속 가장 아름다운 손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오래 전 받은 편지를 찾으며, 옛 시절 친구들에게 받은 쪽지와 편지로 추억여행을 했다’
‘손글씨라 감동도 몇 배로 다가오고, 오래 남는 것 같다’는 등의 참여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손글씨가 현대인의 잊혀진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일종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된 것이다.
▷배우 조달환은 캘리그라퍼로서도 유명하다.
그는 난독증을 극복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고자 취미 활동으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했다.
이후 영화 <공모자들> <춘몽> <보통사람> 등 다양한 영화 타이틀 로고부터 드라마 <아빠니까 괜찮아>
<마녀보감> 등의 타이틀 디자인을 했으며 개인 전시를 열 정도로 실력을 뽐내고 있다.
▷교보문고 ‘손글씨 버스킹’의 경우 손글씨 작품을 감상하며, 직접 실습해보고,
희망문구를 손글씨 작품으로 받아보는 ‘전시+강연+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딴따라붓밴드’가 함께 진행하며 더욱더 주목을 받았다.
딴따라붓밴드는 ‘잠깐의 여유로 긴 여운을 주는 음악 같은 글씨를 전하는 손글씨 작가 그룹’으로,
지난 3월 경의선 책거리에서 손글씨 전시회 <손글씨버스킹 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손글씨가 하나의 예술 체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해시태그 #손글씨 #작은_시작
지난 4월, 에디터의 지인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화 캠페인 참여 소식을 알려왔다.
게시글 속 사진에는 ‘반려악기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합니다.
5000개의 영상, 사진, 손글씨가 모이면 문화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의 기회가 제공됩니다’라는 손글씨가 정갈하게 쓰여 있었다.
해당 캠페인은 문화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악기를 기부하고 음악 교육을 지원해 온 낙원악기상가에서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과 함께한 ‘반려악기 릴레이 캠페인’이다.
반려악기 문화를 확산하고 기부에도 동참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자신의 반려악기나
앞으로 배우고 싶은 악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하거나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을 손글씨로 작성해
개인 SNS에 올리고 다음 캠페인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이번 릴레이 캠페인은 5월 초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반려악기릴레이캠페인’ ‘#우리들의낙원상가’ ‘#함께걷는아이들’을 검색하면
작은 쪽지, 노트, 티슈, 편지지 등에 쓰인 참가들의 정갈한 손글씨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만년필 브랜드 ‘몽블랑’은 만년필 하나만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적는 행위’ 자체를 주목,
손글씨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하는 장소를 마련했다.
현재
손글쓰기가 주목받는다는 건 거꾸로 이야기 하자면 손글쓰기가 생소해진 시대라는 뜻일 것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교보문고, 몽블랑 공식 페이스북, 낙원상가, 각 영화 포스터, SBS]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32호 (18.06.12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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