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수입맥주에 '안방' 뺏긴 주류업계…감원 등 구조조정 '칼바람'에 곡소리

tkaudeotk 2018. 2. 14. 12:39

국순당, 공장 통폐합·희망퇴직·저수익제품 단종 등 비용절감 단행

하이트진로·보해양조도 '인원 감축'…수익 개선에 박차
오비맥주, 노조원 대상 희망퇴직 철회…비노조원만 진행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국내 주류업체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수입맥주 공세에 맥주·소주는 물론 막걸리·전통주 등 주종(酒種)에 상관없이 안방을 빼앗기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결국 구조조정에 착수, 주류업계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공장을 매각 또는 통폐합하거나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 4분기에 운영중인 횡성공장과 옥천공장을 

횡성공장 하나로 통폐합해 현재 횡성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담금주, 런던드라이진, 나폴레옹 등 저수익성 제품도 단종 조치했다. 

여기에 지난해 2분기에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4분기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같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46명(17.5%)이 퇴사하면서 현재 국순당 전제 직원수는 309명에서 263명으로 줄었다.

국순당 관계자는 

"수익개선을 위한 여러 조치를 시행한 것"이며 

"특히 제품 단종의 경우 국순당의 발효철학과는 맞지 않는 제품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한번 시행했지만, 퇴직 날짜를 상ㆍ하반기에 나눈 것 뿐"이라며 

"희망퇴직에는 이직 등의 자연 퇴사도 포함된 까닭에 실질적인 희망퇴직 비율은 17.5%에 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순당의 이 같은 노력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2011년 1277억원의 매출을 올린 후 2012년 1187억원, 2013년 992억원, 2014년 919억원, 

2015년 774억원, 2016년 697억원으로 매년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15년 -85억원, 2016년 -65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도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 지속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에는 5억6000만원으로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아직 4분기 실적 공개전이지만, 

전체 실적으로는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는 막걸리 시장이 폭삭 쭈그러든 것에 기인한다. 

막걸리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2011년 4000억원데 달했던 막걸리 시장 규모는 현재 2000억원 이하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2011년 약 709억원 규모이던 수입맥주 시장은 몇 년 동안 할인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펼친 결과, 

5년만에 3배 이상 증가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국순당 측은 "주류에 대한 소비가 집에서 술을 즐기거나 혼자 술을 마시는 음주형태로 급변하고 있고, 

수입맥주 인기 등 복합적인 주류 시장의 변화로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분석했다.

수입맥주 강세로 인해 토종 맥주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일찌감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문은 수년째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인원 감축과 더불어 맥주부문 생산효율화를 위해 

강원 홍천과 전주, 마산에 있는 맥주공장 한 곳을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보해양조는 지난 연말에 80여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보해양조 역시 수년째 지속된 실적 부진과 영업적자에 의해 이 같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 

지난해 3월에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임직원들의 임금을 반납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오비맥주는 슬림화 조직(인력과 조직의 감축)을 꾀하기 위해 인력구조 재정비에 나섰지만 결국 희망퇴직을 중단했다. 

오비맥주는 최근 노사협의회와 희망퇴직에 대해 논의했지만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오비맥주는 새해 들어 노조원과 차·부장급과 물류·생산 등 만 45세 이상 비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오비맥주가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2016년 11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평균임금 36개월 보장하는 조건으로 1월 말까지 희망퇴직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조 측이 '임금 3년치' 지급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희망퇴직을 거부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노사가 임금 3년치 지급에 대해 이견을 보여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노조원 일부는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오비맥주 직원의 90% 이상이 노조원이며, 이번에 희망퇴직을 접수한 비노조원은 한자리수(10명 이하)에 불과하다. 

노조 측이 희망퇴직 조건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비노조원 대상으로만 실시된 것. 

앞서 오비맥주는 2016년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15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관세 철폐로 올해 공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맥주 시장의 과열경쟁과 

복합적인 주류 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