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따라서 처음으로 섬을 떠나 뭍으로 옮겨온 후, 나는 미술 시간이면 언제나 바다와 배를 그려넣곤 했었다.
기차와 비행기와 빌딩만을 그려대는 도회지의 아이들 틈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을 때마다,
나는 늘 홀로 낙심하여 담 밖을 맴돌며 그들의 성 안으로 들어가기를 열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모르는 혼자만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무슨 은밀한 죄의 기억처럼 내심 자랑스럽기도 했었다.
그 어린 시절 미술 시간의 그림 속에서처럼 나는 지금껏 늘 혼자서 새로운 출항을 꿈꾸며 커온 셈이지만,
그러나 내가 띄운 배는 번번이 가 닿을 곳을 미처 찾지 못하여 갈팡질팡 떠돌기만 하다가
종내는 오던 길로 되돌아와버리곤 했다.
그 동안 써온 것들을 막상 한데 모아놓고 보니 그렇듯 물만 가득히 차오른 배를 끌고
초라하게 되돌아온 때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직 진실된 삶만이 진실한 목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도록 애써야 할 터인데도 여전히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이 첫번째 작품집이 내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항을 꿈꾸게 할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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