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아버지의 땅

tkaudeotk 2016. 5. 17. 09:18




아버지의 땅

작가
임철우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04.06.11.

리뷰





부모를 따라서 처음으로 섬을 떠나 뭍으로 옮겨온 후, 나는 미술 시간이면 언제나 바다와 배를 그려넣곤 했었다. 

기차와 비행기와 빌딩만을 그려대는 도회지의 아이들 틈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을 때마다, 

나는 늘 홀로 낙심하여 담 밖을 맴돌며 그들의 성 안으로 들어가기를 열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모르는 혼자만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무슨 은밀한 죄의 기억처럼 내심 자랑스럽기도 했었다. 

그 어린 시절 미술 시간의 그림 속에서처럼 나는 지금껏 늘 혼자서 새로운 출항을 꿈꾸며 커온 셈이지만, 

그러나 내가 띄운 배는 번번이 가 닿을 곳을 미처 찾지 못하여 갈팡질팡 떠돌기만 하다가

 종내는 오던 길로 되돌아와버리곤 했다. 

그 동안 써온 것들을 막상 한데 모아놓고 보니 그렇듯 물만 가득히 차오른 배를 끌고 

초라하게 되돌아온 때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직 진실된 삶만이 진실한 목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도록 애써야 할 터인데도 여전히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이 첫번째 작품집이 내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항을 꿈꾸게 할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