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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ROTC 체력시험 현장…숙대생 45명 “악으로! 깡으로!”

tkaudeotk 2016. 4. 29. 16:38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숙명여자대학교 217학군단 57기 후보생 선발전형 체력검정에서 ROTC지원자들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2016.04.28. bjko@newsis.com 2016-04-28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낮 최고기온이 23도에 이를 정도로 초여름 날씨를 보인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운동장. 

학군사관(ROTC)에 지원한 숙명여대 학생 45명의 체력시험이 진행됐다.

여학생들의 학군사관 지원 시험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원자들은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1200m 달리기로 기본 체력을 검정받았다.

이 중에서도 마지막 종목인 1200m 달리기에 임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학생들은 교관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고 트랙 위로 이동했다. 

"걸으면 탈락이야!"

학군단장의 말에 여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힘차게 첫 발을 내딛었다.
제한시간은 7분30초. 학생들은 기록을 1초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있는 힘껏 달려 5분50초 만에 들어온 한 학생은 "22명 중 6등이다"며 "입 속에서 피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들어온 지원자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격려하고 아직 달리고 있는 학생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앞서 달리기를 마쳤다는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이소현(21)씨는 "시험기간 때문에 연습을 많이 못 해서 불안했다. 

그래도 오늘 중간은 한 것 같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며 소감을 밝혔다.

소현씨는 같은 과 동기인 정은지(21)씨를 가리키며 "(2분 만에) 윗몸 일으키기를 94개나 했다"며 추켜세웠다. 

이에 은지씨는 "팔 굽혀펴기를 잘 못하니까 이거라도 잘 해야 합니다"라며 쑥쓰러워 했다.

이들은 "혼자 합격하면 못 버틸 것 같다. 동기들이 다 같이 붙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숙명여자대학교 217학군단 57기 후보생 선발전형 체력검정에서 ROTC지원자들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2016.04.28. bjko@newsis.com 2016-04-28


체력시험을 치른 여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여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ROTC에 지원했다는 서예주(23)씨는 "모두들 오기로 하는 것 같다"며 

"요새는 군대가 많이 부드러워졌고 과 선배들도 학사장교에 많이 속해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지난 2010년부터 여성 ROTC를 모집했다. 

올해 시험은 인성검사와 체력시험, 면접 등을 거쳐 오는 8월 최종적으로 290명을 뽑는다. 

전체 경쟁률은 해마다 5대 1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숙명여대 정원은 30명이다.

햇볕에 달아오른 얼굴은 체력시험이 끝나고도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중도 포기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상당수 학생들은 여군의 길을 부모님이 응원해주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선발에서 고배를 마시고 올해 '재수'에 도전하는 법학과 이유림(22)씨는 

"훈련 중에 다칠 수도 있어서 아버지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 남동생도 고생하는 데 간다고 싫어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유림씨는 "어머니가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응원해준다"며 

"8살 때부터 군인의 꿈을 꿨다. 포기할 수 없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유주연(21)씨 역시 "친구들이 하지 말라고들 한다. 

하지만 학군장교를 홍보하러 나온 언니들이 멋져 보여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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