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녀는 왜 146일간 걸었나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벤 몽고메리 저 우진하 옮김 | 책세상 | 1만6000원 "잠깐 다녀올게!" 1955년 5월 어느 봄날, 산책을 가듯 경쾌한 인사를 남기고  예순 일곱살의 할머니 엠마 게이트우드는 길을 나선다.  자루 하나와 200달러를 챙겨 길을 나선 엠마는 146일만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 된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조지아주부터 메인주까지 애팔래치아산맥의 능선을 따라 이어진 3300㎞ 코스다.  '미국판 백두대간'으로 해발 1500m가 넘는 봉우리만 350여 개를 지나야 한다. 삶의 무게에 눈물짓는 대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숲으로 간  '애팔래치아의 여왕'이라 불리는 엠마의 놀라운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기자 출신의 벤 몽고메리의 신간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방울뱀과 허리케인의 공습, 추위와 배고픔 등을 견뎌낸 엠마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전체를 혼자 걸어서 한번에 완주한 첫번째 여성이다.  남녀를 통틀어 이 길을 3차례나 완주한 첫번째 사람이다. 엠마가 세상을 떠난 지 4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게이트우드 할머니',  도보 여행자들의 전설 '애팔래치아의 여왕'으로 마음 속에 살아 있다.  엠마가 체험한 트레일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자칫 잊히고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이 도보여행 코스를 되살려내는 계기가 됐다. 예순 일곱살, 적지 않은 나이에 엠마는 왜 그토록 험한 여정을 떠난 걸까. 이 책의 저자인 벤 몽고메리는 엠마가 남긴 여행 기록과 일기, 편지를 확인하고  그의 가족과 지인, 트레일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엠마의 여정과 삶을 추적했다.  지칠 줄 모르는 삶에의 의지로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담대한 인간의 얼굴을 전해준다. 나이의 한계를 넘어 놀라운 투지와 도전 정신을 보여줬던 엠마의 또 다른 얼굴은  35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11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였다.  엠마의 남편은 지역 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운 엘리트였으나 집에서는 끔찍한 폭력을 일삼았다.  노동과 슬픔으로 점철된 고통의 세월 동안 절망의 순간이면,  엠마는 홀로 숲으로 가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며 위안을 얻었다. 쉰네 살이 되던 해 법정에서 이혼 판결을 받아내 자유를 찾고 아이들도 다 장성한 노년의 어느 날,  애팔래치아를 향해 길을 떠나게 된다.  수없이 쏟아진 '왜'냐는 질문에 엠마는 "왜냐하면,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도 엠마의 내면의 목소리를 쉽사리 집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수십년 동안 그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와 고통,  상처를 이겨낸 성숙한 인간의 용기가 146일 3300㎞에 이르는 도전을 감행하게 한 하나의 동력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엠마의 애팔래치아 여정, 더불어 교차되는 그의 삶의 궤적은 숭고한 인간의 정신과 강인한 의지를 담담하게 전해준다.  엠마의 '여행'은 고난에 맞서는 저항, 고통을 이겨내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먼저 접한 안드레아 피처 작가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엠마는 미국 역사의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될 것이다.  미국 개척시대의 전설적인 영웅 존 헨리나 조니 애플시드 바로 옆자리에"라고 평했다.  미주리 대학 재키 버내진스키 교수도 "엠마와 함께 내딛느 한 걸음 한 걸음은 자연의 애증, 인간만이 느끼는 선함과 악함,  중단 없는 전진을 가능케 하는 삶에의 의지를 경험하게 해준다"고 전했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

출처 : 부천산수원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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