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23년... 말테 리노 루터대 교수
말테 리노 루터대 교수는
"한국 교회가 교파주의, 배타주의를 버리지 못하면 종교개혁 500주년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신자들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한국 목회자들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3년 만에 신학을 충분히 공부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느 교단이 먼저 이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아현감리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교회 새 변화를 위한 500인 대화마당’행사장.
마이크 앞에 선 벽안의 선교사가 또렷한 한국어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토론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내가 꿈꾸는 교회’를 주제로 마련한 행사.
세속화, 배타주의, 권력추구 등에 자성을 촉구하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신학교육과 목회의 근본 한계를 겨눈 그의 질문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 묵직한 질문을 던진 주인공은 독일 출신의 말테 리노 루터대 교수(목사)다.
독일에 유학 중이던 아내(한정애 협성대 신학과 교수)의 모국을 이해하기 위해 5년 계획으로 찾은 한국에서 23년째 지내고 있다.
기독교 한국 루터회 선교사로서 대학에서 예배학, 실천신학 등을 가르쳤고 목회도 하며 한국 교회의 우여곡절을 지켜봤다.
독일 출신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가 분주해진 만큼 그를 찾는 이도 부쩍 많아졌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국루터회 총회에서 만난 그는
“미국식 개신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한국 교회는 무속신앙, 유교 등과 만나 지나친 토착화를 겪은 점이 안타깝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이 한국교회가 신앙 본질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한국 개신교의 이미지는 지금 최악이다.
늘 안타까웠다. 제가 겪은 대부분의 목사들은 늘 최선을 다하고 성서를 중시하는 훌륭한 분들이다.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돈과 역량을 지나치게 휘두르고, 정치와 권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만 주로 언론에 나오니까,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목회자 수준 문제도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원 3년간 신학을 전공하면 안수를 받는데, 3년 안에 신학을 충분히 공부할 가능성은 절대 없다.
천재도 못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대학원 커리큘럼에 언어, 이론, 교리, 실천 등을 다 넣는다.
학부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같은 것을 다시 배우니, 미리 열심히 할 동기가 없다.
교회가 안수 조건을 새롭게 해야 깊이 공부하는 쪽으로 바뀐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한 교단이 먼저 가면 어렵고 비싸진다.
학생들이 다른 교단으로 간다는 염려 때문에 못하는 거다.
루터교 같은 작은 교단들이 먼저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마침 학교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 올해 강력히 주장해볼 생각이다.
루터교가 시작하면 성공회도, 기독교장로회(기장)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봐온 한국교회는 어떤가.
“지나치게 미국식 개신교가 들어온 점이 문제다.
찬송가만 해도 성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느린 호흡의 유럽식 찬송은 적다.
미국식 열광주의적 찬송, 감동주의적 찬송이 주를 이룬다.
성서 내용 자체보다는 주님에 대한 사랑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건 아니지만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찬송가 뿐인가.
“교회가 자본주의와 가까운 점도 미국식이다.
크리스천은 이기주의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주의도 의심해야 하고, 돈을 위험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돈을 거의 신으로 본다.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축복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고급 신은 돈이고, 하나님이 하급 신이 된다.
지혜로운 개인주의나 똑똑한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교회에 와서 돈, 성공을 바란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죄인으로 사형당하셨는데 왜 교회에서 성공을 찾나.”
-그런 오해가 왜 어디서 발생했을까.
“저는 오해라고 하지 않고 지엽적 이해라고 한다.
미국 교회가 한국에 토착화되면서 교파주의가 생겼고 경쟁 사상, 배타주의가 생겼고 수많은 문제가 생겼다.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500년 전으로 되돌아보자고 말하는데 그보다 더 멀리 되돌아보아야 한다.”
-한국식 토착화의 구체적인 예가 있다면.
“목사를 철학적 계몽주의자가 아닌 강한 영적 지도자로 이해하는 모습은 미국적 개신교가 한국의 무속신앙 등과 만난 결과다.
성서 내용이나 설교 그 자체가 신의 말씀이라고 믿는다.
무당이 말하는 것을 그 자체로 신의 말씀으로 듣는 것과 유사하다.
예배 때 ‘오늘 설교하실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하는데,
듣는 하나님에게 목사님을 높이는 식이다.
이상하지 않나. 유교 문화 때문에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도 많이 상실됐다.”
-교회 내 위계질서가 문제인가.
“우리는 형제 자매라는 것이 기독교 정신인데도 위에 있는 자에게 진리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기복사상 영향으로 교인을 많이 모으는 목사를 높이보기도 한다.
한 회의에서 젊은 목사가 좋은 의견을 냈는데, 한 대형 교회 목사가 이를 저지하며 ‘당신 교회 교인이 몇이냐’고 반말로 묻더라.
‘한 80명 된다’고 답하니 ‘나는 5,000명’이라며 논쟁을 끝냈다.
이런 양적인 진리 개념이 통하고 이게 교회를 어렵게 한다. 성서는 이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예수님도 어려운 진리를 말씀하셔서 마지막엔 제자들이 배신도 하고 많이 떠나지 않았나.”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성서의 본질과 신학의 핵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후년 종교개혁 500주년은 한국 교회에도 아주 좋은 기회다.
지금 축제를 준비할 때가 아니라 교파 교단을 초월한 대화를 해야 한다.
종교개혁의 의미와 교회의 현 주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파주의, 배타주의를 버리지 못하면 500주년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 계획은.
“아이디어가 많다.
교회가 사회적인 기여를 너무 안 하는데,
십일조 절반을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기부하자는 등의 제안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 하기도 했다.
아직 통하진 않았지만(웃음). 예배학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한다.
정년까지 몇 년 안 남았지만, 나를 필요로만 한다면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 (성신여대 국어국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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