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
천왕봉 그 道學의 原頭를 찾아서
------ 조 종 명
가난함을 편히 여기고
상제와 마주하듯 도를 즐기면
편안하고 즐겁단다
지리산을 바라보는 사람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
하늘의 길을 아는가
옛적 환갑이 되어 찾아온 선비
지리산을 찾아와 산이 된 사람 있었다
원천이 흘러 강이 된 벼랑 입덕문에서
창랑의 물에 갓끈 씻으며
이 강의 근원을 생각하네
산천재에서 그 원두를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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