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배우자라는 ‘별

tkaudeotk 2014. 10. 26. 21:58



가장 좋아하는 단어 ‘사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대가족 속에서 자라서인지 혼자 있는 시간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더 좋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면 재미를 느낀다. 
남편이 가끔 놀리는 이유도 사람과 관련이 있다. 
자신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방법을 강구하는 편인데 
나는 함께할 사람을 먼저 찾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진로를 결정할 때도 ‘사람’이라는 단어가 최종 선택의 기준이었다. 
전도유망한 전공이었지만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기에 과감하게 진로를 수정하였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매 순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다.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만나고, 교수로서 학생을 만나고, 목회자 사모로서 교인들을 만나고, 
개인적인 만남까지 합하면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삶이다.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한 단어가 있다. ‘별’이라는 단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별을 탐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로운 사람을 알아 가는 일은 참 흥미롭다. 
‘이 사람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어떤 일들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이라는 별이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더 애틋하고 정감 있게 느껴진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아는 것의 힘

 ‘아는 것의 힘’을 강력하게 체험한 적이 있다. 
학창 시절 가장 힘든 시간은 미술 시간이었다. 
미술적 재능도 없고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아 그림을 잘 그리거나 
뚝딱뚝닥 뭔가를 잘만드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마냥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런 나에게 미술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해 준 한 사건이 있었다. 
정말 좋은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의 직업이 조각가였다.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알아가던 중 그분 댁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한 작품과 마주쳤다. 
그 작품을 보는 순간, 언제 어떤 마음으로 그 작품을 만들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작가를 안다는 것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열쇠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일 이후로 미술에 대한 나의 견해는 180도 바뀌었다. 작가를 통해 작품을 보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이다. 
아직도 객관적인 미술 지식은 부족하지만 작품을 즐기는 순간의 행복을 알게 된것 같다. 
사람이 만든 인공적인 작품을 알아 가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은 사람을 알아 가는 것이다. 
특히 가장 가까이 있는 배우자를 알아 가는 일은 중요하고도 소중한 일이다.

 배우자라는 ‘별’

 가난한 학생이었던 남편과 가장 많이 했던 것은 ‘버스 데이트’였다. 
745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을 오가며 들은 남편의 살아온 이야기들은 매번 그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려 주곤 했다. 
결혼 후에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 일과 비전, 관계와 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강점이다.
남편과 대화할 때마다 ‘남편의 화성’을 탐사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의 금성’에 대해 남편에게 자세히 알려 주고자 노력한다. 
존 그레이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을 정한 마음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상담 현장에서 만난 부부들이 서로를 너무 모른다고 느낄 때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들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는 하지만 많이 아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남들이 아는 것도 서로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관계의 대가인 존 가트만 박사도 부부가 관계 리모델링을 위해 시도해야 할 첫 번째 단계는 
서로를 알아 가는 ‘사랑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의 지도

 최성애 박사는 <행복수업>이라는 책에서 ‘사랑의 지도’ 그리는 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랑의 지도는 서로를 얼마나 잘 아는 가를 보여 주는 것으로 관계의 기초이며 신뢰와 친밀감의 기본이다. 
다음의 질문들을 해 보면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서로 얼마나 친밀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지도를 그릴 때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 
‘부부간의 놀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더욱 좋다. 
민감한 질문은 피하고 토를 달거나 비아냥거리지 말고 경쟁하지 않으며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과 함께 직접 해 보며 
“당신은 나를 잘 알고 있는데 내가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있었네!”라는 남편의 피드백이 인상적이었다.
 여러분은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을지 기대가 된다. 배우자라는 ‘별’을 탐색하러 출발!

 사랑의 지도 그리기 훈련

 당신은 배우자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다음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각자 사랑의 지도가 어느 정도 정밀한지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1. 배우자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
 2. 배우자가 양가 친척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3. 배우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4. 배우자가 가장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
 5. 배우자가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나 소설은?
 6. 배우자가 존경하는 사람은?
 7. 배우자가 요즘 가장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일은?
 8. 배우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사람)은?
 9. 배우자가 어릴 때 가장 자랑(수치)스러웠던 기억은?
 10. 배우자에게 최근 일어난 중요한 사건은?
 11. 배우자가 앞으로 5년 안에 꼭 이루고 싶어 하는 꿈은?
 김나미
삼육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우리사이 대인관계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