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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만이라도.." 외딴 섬이 된 진도 조도

tkaudeotk 2014. 5. 8. 17:30

상당수 뱃길 끊겨 고기 출하-생필품 조달 애로

자재 조달 안돼 공사도 차질, 노인들은 치료난
주민들 "뱃길 터 달라" 해수부장관에 눈물호소

진도=뉴시스】송창헌 기자 =

 

"뱃길은 섬 주민들에게 손과 발이나 다름 없는데 한 달 가까이 막혀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죠. 

희생자들 생각해 참고 있지만 너무나 힘드네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인근 섬마을 주민들의 남모를 고통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뱃길이 끊기면서 수산물 출하도 막히고, 생필품 조달에도 애를 먹고 있어서다. 

 


나이 든 노인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자재 공급이 지연되면서 각종 공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고가 난 맹골해역이 속한 전남 진도군 조도에는 본도(本島)인 하조도를 비롯해 상조도, 외병도, 내병도, 관사도

 대마도, 관매도, 슬도, 갈목도, 눌옥도 등 36개 유인도와 142개 무인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새떼처럼 많은 섬들이 다도해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해서 이름도 새조(鳥)자가 붙었다. 

하조도가 길이 7㎞로 가장 크고, 나머지는 작은 섬들이 군도를 이루고 있다.

39개 마을, 3100명의 주민들을 세상 밖, 육지로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수단은 

선박. 하루 20차례 정도 오가는 배편을 통해 주민들은 생필품을 조달하고 병원도 다녀오고, 고기도 내다 판다. 

가정용 LP가스와 면세유, 양식어류 사료 등도 배로 조달하고 있다.

특히 조도 선착장과 임회면 팽목항을 하루 8차례 왕복운항해온 2척의 페리는 차량까지 실어 나를 수 있어 

섬 주민들에겐 비행기나 고속버스, 때론 KTX나 다름 없다.

하지만 육지와 연결된 팽목항이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후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면서 주민들의 삶도 23일째 단절됐다.

정순배(51) 조도면 이장단장은 8일 

"철부선이나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팽목선착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차단되면서 대다수 뱃길이 끊겼고, 

페리도 많아야 하루 3차례, 그것도 수심이 낮은 임시선착장을 쓰다 보니

물때에 맞출 수 밖에 없어 배시간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주민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고, 

정성스레 수확한 해산물과 수산물도 적기 출하를 못하고 있다"며 

"매일 30∼40명의 노인들이 치료 목적으로 육지병원을 찾았는데 말도 못꺼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도리산전망대 앞 도로포장 공사와 조도면소재지 종합개발사업 등도 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다.

특별재난구역에 대한 반감도 컸다. 한 어민은 

"몇년 전, 마을마다 10∼20가구씩 지붕이 날라가는 등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최소한 반파돼야 한다'는 이유로 보상금은 단 한 푼도 없었다"며 

"이번 재난구역 선포도 폭발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밖에 해석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장영태 진도군의회 의장은 "사고 초기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지금까지도 자비로 배를 몰고 나가 수색과 방제 작업을 돕고 있는 이들이 조도 주민들이다"며 

"실종자나 유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섬 사람들이 오죽하면 '뱃길을 열어 달라'고 하소연하겠느냐"고 말했다.

장 의장은 민원이 끊이질 않자 전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조심스레 전달했고,

"소조기가 끝나는 10일, 넉넉잡아 12일까지는 답을 달라"고 요구해둔 상태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조도 주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고 판단, 

선착장 주변 텐트를 이전시키는 등 뱃길 보장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았다.

한편 이번 참사로 숨진 탑승자는 269명, 실종자는 35명에 이르고 있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