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1년 5월 5일(목)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 - 지리산 천왕봉 - 대원사)
* 산행거리: 46.2km
* 산행시간: 15시간 10분(운행시간 13시간 23분 + 휴식시간 1시간 47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명(나 홀로)
흔히 말하는 지리산 3대 종주는 산청 덕산과 남원 인월을 잇는 태극종주(90.5km)가 그 첫째요,
성삼재와 천왕봉을 오가는 주능선 왕복종주(56.4km)가 그 둘이요, 구례 화엄사와 산청 대원사를
잇는 화대종주(46.2km)가 그 셋으로, 이 3대 종주를 모두 마쳐야만 비로소 일등 산꾼으로 거듭난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흘러 다닌답니다.
흔히 말하는 지리산 종주는 성삼재와 중산리를 잇는 코스를 말하는데, 1090m나 되는 성삼재까지
차로 올라와 산행을 시작하는지라 그 의미가 좀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산꾼들은 화엄사와 대원사를 잇는 산행을 진정한 의미의 지리산 종주로 여기고 있으며,
주능선 종주에서도 가장 길고 어렵고 힘든 이 코스를 가리켜 언제부턴가“화대종주”라 부르는
것입니다.
2004년 7월 10일 꼭 14시간이 걸린 주능선 왕복종주를 시작으로 하여, 2009년 9월 25일 - 9월 27일
45시간 35분(무박3일)에 걸친 태극종주를 하고 나자, 이제 화대종주 하나가 남았지만 좀체 기회가
오질 않으니 자꾸자꾸 세월만 흘러갈 뿐입니다.
남들은 지리산 태극종주를 한다며 야단법석이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화대종주로 대신하고자 마음을 굳힙니다.
그래 나 홀로라도 가자!
“태극을 닮은 사람들”의 태극종주가 있는 어린이날을 골라잡습니다.
놀아줄 어린이도 없고, 놀아주는 어린이도 없는 홀가분한 몸입니다.
5월 4일 진주에서 하동 가는 시외버스(19:10)로 진교를 거쳐 하동에서 내리자, 구례 가는
막차(20:30)가 날 기다립니다.
구례시외버스터미널에 닿자 21시가 조금 넘었는데, 18분 남짓 걸리는 농협하나로마트 부근
보석사우나찜질방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합니다.
시골이라 그런지 손님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장사하는 주인이야 안됐지만 난 조용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잠은커녕 텔레비전만 보며 뒤치락거리다가 02시가 조금 넘자 슬며시 빠져나와선,
구례경찰서 앞 나드리김밥천국에서 점심과 간식용으로 김밥 다섯 줄을 사 넣습니다.
터미널 부근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선, 화엄사와 성삼재로 가는 첫차(04:00)에
몸을 싣자 구례구역에서 타고 온 많은 산행객들로 북적거립니다.
성수기 휴일이라 그런지 두 대가 운행합니다.
10분 만에 화엄사 입구에서 내리자 아직은 캄캄한 한밤중이요, 날이 새기엔 어둠이 너무나 짙은
듯합니다.
야간산행이 하기 싫어 좀 기다릴까 하다, 마지막에 어둠 속을 걷는 것 보단 나을 것 같기에 그냥
가기로 합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화엄사 진입로를 따라 오르는데, 20분이 지나자 환하게 불을 밝힌
화엄사(250m)가 들어옵니다.
대원사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화엄사 바로 앞 다리를 건너 산행채비를 하고선, 아직도 어둠인 채인 머나먼 길을 떠납니다.
잘 손질된 등산로엔 명색이 지리산 자락이라고 산죽이 늘어섰으며, 보이진 않지만 계곡에선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립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서서히 맺힐 즈음 용소(龍沼)에 다다르는데, 도대체 우리나라에 용이 얼마나
많이 살았기에 가는 데마다 용소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용이란 용은 죄다 한국산(韓國産)이 아닐까요?
어진교와 어은교가 잇따르며 화엄사계곡을 건너고, 연기암 갈림길을 지나자 마자 또 연기암 진입로를 가로지릅니다.
참샘터에 닿자 어둠이 걷히기에, 랜턴을 챙겨 넣고 촉촉히 목을 축입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때론 드문드문 앞서 가는 이들을 제치기도 하며, 별스레 힘든 줄을 모르고 사뿐사뿐 오릅니다.
국수등을 지나 얼마 안 가 계곡 쪽은 등산로 아님이라며 막아놨고, 왼쪽의 산비탈로 붙더니 제법
가팔라집니다.
중재(화엄사 4.0km·노고단 3.0km)로 올라서자 멀어진 물소리가 다시 들리며, 서서히 계곡으로
다가서며 숨을 고르다 합수지점에서 다시 치오르는가 싶더니 그럴싸한 폭포가 새벽에 들른 길손을
반깁니다.
무슨 폭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집선대란 곳입니다.
꽤 높고 큰 바위를 이리저리로 떨어지며 볼거리를 선사하는데, 때마침 서울에서 왔다는 산행객이
있어 주거니 받거니 폭포와 함께 흔적을 남깁니다.
나 홀로 산행의 최고 애로이기도 한데, 덕분에 서로서로 무난히 해결을 한 셈입니다.
집선대부턴 더욱 가파른 된비알이 이어지며 골탕을 먹이지만, 힘들어하는 몇몇을 보긴 해도
난 아직은 괜찮습니다.
오늘따라 몸이 좀 가볍단 느낌입니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르다고 해 코재라 한다는데, 별로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게 전망바위
(화엄사 5.5km·노고단 1.5km)로 올라섭니다.
나무 사이로 오른 계곡이 언뜻언뜻 들어오긴 하나, 코재를 오르는 이들이 숨을 고르며 쉬어 가는
쉼터라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부지런히 6분 남짓 치오르자 낯익은 코재(무넹기, 1260m)로 안내하더니, 끈질기게 달라붙던
가풀막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립니다.
종석대(1361m)와 노고단(1502.2m)이 들어오며, 기나긴 화엄사계곡도 속살까지 훤히 드러냅니다.
노고단대피소(1370m)를 거쳐 노고단고개(1440m)로 올라섭니다.
가야 할 주능선은 반야봉(1732m)이 가로막고 있고,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노고단이 어서 오라며
유혹하지만 아직은 출입시간이 아닙니다.
가곤 싶고 아쉽긴 해도, 바로 돼지평전으로 떠납니다.
이제 7.0km를 왔으니, 남은 건 39.2km입니다.
경사도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을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며, 띄엄띄엄 앞서가는 산행객들을
제칩니다.
노고단과 왕시루봉(1263m)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잇달아 지나자, 드넓은 돼지평전엔 진달래가
무리를 이루지만 아직은 좀 이른 철입니다.
어쩌다 날랜 놈이 꽃망울을 터트렸을 뿐, 거의 다 이제 막 잠에서 깨었는지 기지개를 켜느라
한창입니다.
임걸령(1320m)에서 실컷 마시고, 2리터 물통도 가득 채웁니다.
연하천대피소까지 더 이상 물을 구할 곳은 없습니다.
상당한 가풀막이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 삼거리(1498m)까지 이어지며, 반야봉은 오르지 않고
에돌아가면서 힘을 아껴 둡니다.
소금장수 무덤을 지난 삼도봉(1499m)에선 쭉 내리막이니, 200m나 되는 악명 높은 551계단이
화개재(1315m)까지 이어집니다.
오르긴 그렇게도 힘들더니, 내려가니 별 것도 아닙니다.
복원이 거의 마무리된 화개재에서 토끼봉(1534m)까진 쭉 오르막인데, 1.2km나 되는데다 200m가
더 되는 고도차가 있는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오릅니다.헬기장이 자리 잡은 토끼봉 정상의 전망대에 올라,
이곳저곳 둘러보며 구경도 하면서 좀 쉬어가기로 합니다.
가야 할 촛대봉과 천왕봉이 저 멀리 들어오고, 가까운 삼도봉과 반야봉은 물론 노고단과
왕시루봉까지 보이는 멋진 전망대입니다.
진주 명석막걸리로 나팔을 불며, 깔깔한 목을 씻어 내립니다.
나 홀론데도 1.5리터나 갖고 갔는데, 여태껏 메고 다니다 처음 맛을 보는 것입니다.
땀 흘린 뒤의 막걸리 맛이란, 그것도 지리산에선 술이 아닌 꿀이요 보약입니다.
잠깐 내려서다 총각샘까지 긴 오르막이 이어지며, 명선봉(1586.3m)을 우회하여 연하천대피소
(1440m)로 내려섭니다.
말끔한 화장실이 본채보다도 더욱 돋보입니다.
또 물통을 가득 채웁니다.
선비샘에 갈 때까지 마실 물입니다.
연하천대피소를 나서자마자, 누군가 앞지르며 후다닥 뛰어갑니다.
오늘 나서선 처음 추월당한 셈인데, 복장으로 봐선 산악 마라톤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먼저 가라 먼저 가!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지리산 남북 종주 겸 음정 갈림길을 지나고, 얼마 안 돼 삼각고지(1480m)로 올라섭니다.
오랫동안 꼿꼿이 서 있던 미사일도, 언젠가부터 한쪽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그 무엇도 세월 앞에 버티는 장사(壯士)는 없나 봅니다.
벽소령까진 오르내림이 되풀이되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아직은 남은 힘이 있기에 그런대로
갈만 합니다.
형제봉(1453m) 부자바위를 지납니다.
우뚝 솟은 크고 작은 두 개의 바위가 맞대고 있는데, 그전엔 형제봉 또는 형제바위로 부르기도
했지만 부자바위라고 한답니다.
배가 슬슬 고파지나, 벽소령에서 해결하고자 좀 참기로 합니다.
때론 빤히 보이기도 하지만, 한참 더 너덜과 바위를 오르내려서야 이윽고 벽소령대피소에
다다릅니다.
김밥 두 줄로 요기(療飢)를 합니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수원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를 불러,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이런저런 얘길
나눕니다.
삼각고지를 지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사이로, 서로 걸음이 비슷한 것 같아 자연스레
일행이 되기로 합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대원사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나랑 같이 가면 오늘 집으로
올라가도 될 것 같기에 부지런히 가자고 합니다.
예전 작전도로를 따르는 길가엔 곱게 핀 진달래가 눈길을 끌며, 하동 의신마을을 둘러싼 산줄기와
골짝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신벽소령을 지납니다.
돌탑 같잖은 돌탑 하나가 있으며, 함양 삼정으로 이어지는 작전도로엔 얼기설기 나무막대기를
포개 놨습니다.
이곳저곳 너무 많이 막은 건 아닌지?
선비샘이 자리 잡은 덕평봉 능선을 오르는데, 지리태극을 하는 충달사의 적토마가 내려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선, 같이 떠난 여달사의 산꾼 안부를 묻습니다.
산꾼은 어쩌고, 왜 홀로 오냐고?
자기가 먼저 가고 좀 뒤에 온다는데, 꼭 성공하란 말을 남기고선 엇갈립니다.
얼마 가지 않아 산꾼이 내려오는데, 또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엇갈립니다.
둘 모두 별로 힘든 것 같지도 않으니, 지리태극의 꿈을 이루리라 믿으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들은 태극종주도 하는데, 이까짓 화대종주가 뭣이라고!
선비샘(1491m)에서 또 물통을 가득 채우는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물입니다.
세석대피소와 장터목대피소도 물은 있지만, 발품을 좀 팔아야 하는 수고가 따릅니다.
그건 마지막인 치밭목대피소도 마찬가집니다.
이제 23.5km를 왔으며, 남은 건 22.7km입니다.
화대종주 46.2km가 절반을 갓 지난 셈입니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멀지만, 지리태극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잘 손질된 돌길을 따르다, 조망이 활짝 열리는 칠선봉 망바위로 올라섭니다.
지리산 제일봉 “천왕봉”을 찾아보세요! 란 안내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주능선에 솟은
봉우리란 봉우리는 죄다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석봉과 연하봉 사이엔 장터목대피소가 아스라이 들어오고, 삼신봉(1289m)을 비롯한 남부능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이 잇따른 칠선봉(1558m)을 지나자, 집채만 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선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합니다.
때론 가파른 계단이 힘을 빼기도 하지만, 가는 발길을 멈추거나 발목을 잡진 못합니다.
젊은 친구가 계단을 힘들여 오른다 싶더니, 장딴지에 경련이 온다며 그만 서 버립니다.
주물고 또 주물며 잠깐 근육을 푸는데, 어느 정도 회복되자 또 길을 나섭니다.
누구도 한 걸음인들 대신 걸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낙남정맥이 분기하는 영신봉(1651.9m)으로 올라섭니다.
지리산권의 낙남정맥이 샅샅이 들어오고, 위엔 촛대봉이요 아랜 세석대피소가 한눈에 쏙 담깁니다.
세석대피소는 그냥 지나치고, 한동안 또 오르막과 씨름을 벌이며 촛대봉 (1703.4m)에 다다릅니다.
남은 막걸리를 모두 비우고, 간식을 먹는 등 기력을 보충합니다.
젊은 친구는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천왕봉 해돋이를 보고서 대원사로 내려가겠다고
합니다.
내일은 쉰다니까, 굳이 말릴 필요도 없습니다.
김밥 세 줄 가운데 두 줄을 주고선, 한 줄은 비상식량으로 남겨 둡니다.
그리곤 촛대봉을 내려서는데, 얼마 안 가 나더러 먼저 가랍니다.
자긴 알아서 천천히 가겠다면서.
보아하니 좀은 힘든 기색입니다.
어차피 자고 갈 걸 닦달할 것도 없으니, 작별인사를 나누고선 또 나 홀로가 됩니다.
두 개의 바위봉우리를 오르내리다 연하봉(1721m)으로 올라섭니다.
연하선경(煙霞仙境)이란 말이 있듯이, 지리산 주능선에서도 가장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천왕봉을 비롯한 이곳저곳 조망까지도 참 좋습니다.
장터목대피소(1653m)는 쉬고픈 맘을 누르며 못 본 척 지나치고, 고사목 (枯死木)으로 이름난
제석봉(1808m)으로 곧바로 오릅니다.
생태계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고사목도 부러지고 사그라져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리산의 모진 비바람과 거센 눈보라는 고사목인들 피해갈 리 없으며, 흐른 세월이 그 얼만데
맞서 버티기엔 너무 버거웠는지도 모릅니다.
통천문(1814m)을 지납니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데, 안쪽 응달엔 덜 녹은 얼음이 보입니다.
마지막 남은 겨울의 흔적이라고나 할까요?
천왕봉 오름길이 서서히 힘들게 느껴지니, 꽤나 기운이 빠졌나 봅니다.
이게 아닌데, 아직도 갈 길이 먼데!
하지만 빠르진 않지만 쉬지도 않고선, 드디어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1915.4m)으로 올라섭니다.
올 들어선 처음입니다.
중산리에서 오르내리는 돌길이 싫어 발길이 뜸한 편인데, 마침내 화대종주를 하면서 다시 들른
것입니다.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천왕봉!
몇 번째 만남인진 나도 모릅니다.
수많은 발자취를 남긴 건 사실이고요.
생태계 복원을 한답시고 대나무 막대기를 여기저기 꽂은 게 새로울 뿐, 언제나처럼 그 모습
그대로인 채로 날 반깁니다.
새벽부터 32.5km를 왔으니, 이제 남은 건 13.7km일 뿐입니다.
거의 다 중산리로 내려가지만, 난 대원사로 가고자 중봉으로 떠납니다.
작은 오르막도 슬슬 힘이 드는데, 갈수록 기운이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뒤따르는 40대로 보이는 산행객을 먼저 보냅니다.
서울에서 왔다는데, 밤차로 올라갈 예정이랍니다.
중봉샘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길지 않은 중봉 오름길인데, 한걸음 또 한걸음 옮기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오늘따라 무척 더운데다 바람조차 없고, 이젠 힘까지 빠졌으니 이거야 정말 큰일입니다.
그래도 쉬거나 멈추진 않고 사부작사부작 오르니, 그 미련함이란 곰이 봐도 웃을 정도입니다.
마침내 올라선 중봉(1875m)!
지리산에선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지만, 천왕봉과 너무 가깝게 붙어 있는데다 오가는
이가 많지 않은 대원사코스에 걸쳐있다 보니, 높이에 걸맞은 대접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2인자의 설움이라고나 할까요?
중봉에서 김밥 한 줄을 마저 먹고선, 황금능선과 써리봉 쪽으로 내려갑니다.
하봉(1755m)과 동부능선은 출입금지구역입니다.
조금 내려서자 거짓말처럼 다시 기운이 솟는데, 아무래도 김밥 한 줄의 위력인 것 같습니다.
계단도 바위봉우리도 거침없이 오르내립니다.
써리봉(1602m)을 지나자마자, 아까 먼저 보낸 서울사람을 따라잡습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릎이 좋지 않답니다.
같이 좀 가는데, 이번엔 날더러 먼저 가랍니다.
자긴 천천히 가겠다면서.
조심해서 오란 말을 남기고선,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썩 내키진 않지만, 나로선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황금능선 갈림길(치밭목대피소 1.0km·천왕봉 3.0km)을 거쳐, 갈 길이 바빠 치밭목대피소
(1425m)는 그냥 지나칩니다.
지계곡 나무다리를 건너 산죽 사이의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무제치기폭포 갈림길인데,
100m 떨어진 폭포는 출입금지라며 막아놨습니다.
언제 또 그런 걸 설치했는지?
그러고 보니 이정표도 새로 세웠는데, 무제치기폭포 0.1km란 건 아예 있지도 않습니다.
곧바로 내려서며 무제치기교에 다다르는데, 아쉽단 생각에 암만해도 그냥 갈 수가 없습니다.
계곡가로 붙어 희미한 길로 올라, 기어이 무제치기폭포의 장엄함을 보고선 돌아섭니다.
치밭목대피소 아래 해발 1000m 지점에 위치한 무제치기폭포는, 약 40m 높이에서 3단으로
부딪치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제 스스로 무지개를 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신라 진흥왕 때의 악사 우륵(于勒)이 이곳의 물 떨어지는 소리에 맞춰, 나무에 매단 실을
튕겨가며 가야금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한다고 합니다.
오가느라 12분이 흘렀건만, 전혀 아깝질 않습니다.
안 그래도 별 볼 것도 없어 지겨운 코스의 거의 유일한 볼거리인데, 왜 가지 말라는지?
새재마을 갈림길(920m)을 지납니다.
새재마을 길이 좀 좋긴 하나, 더 먼 데다 포장도로를 한참이나 걸어야 하기에 그만 안 본 척
합니다.
장당골을 끼고 가는 유평리 길을 따릅니다.
오르내림이 꽤 있는 지루한 길이지만, 금낭화를 비롯한 온갖 꽃들이 홀로 가는 나그네의
길동무가 되니 외롭질 않습니다.
때론 올라오는 산행객과 엇갈리기도 합니다.
아마도 치밭목대피소에서 자고 갈 것 같은데, 그 중엔 젊은 서양 남녀도 있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새재 갈림길에서 30분이 넘어서자 산죽 속의 한판골 안부(천왕봉 7.6km· 대원사 4.1km)로
올라서며, 한동안 내리쏟는 비탈길엔 받침목 계단이 쭉 이어집니다.
지계곡(천왕봉 8.2km·대원사 3.5km)을 건너자 차츰차츰 부드러워지며, 유평마을로 내려서며
대원사를 거쳐 주차장에 닿으면서 기나긴 산행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말없는 어둠만이 날 맞을 뿐, 반기는 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짓을 왜 하는지?
어쨌거나 마침내 화대종주에 성공하며, 지리산 3대 종주란 숙제도 덩달아 해결한 셈입니다.
좀 기다렸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반기는 이가 셋은 되는 가야 할 곳 진주로!
* 산행일정
04:40 화엄사(250m)
04:54 용소
05:02 어진교·어은교
05:06 연기암 갈림길
05:14 참샘터
05:36 국수등
05:44 중재
05:57 - 06:02 집선대
06:24 전망바위
06:30 코재(무넹기, 1260m)
06:40 노고단대피소(1370m)
06:47 - 06:51 노고단고개(1440m)
07:06 노고단·왕시루봉 갈림길
07:16 돼지평전 헬기장봉(1382m)
07:29 피아골 삼거리(1336m)
07:36 - 07:40 임걸령(1320m)
08:02 노루목(1498m)
08:10 반야봉·묘향대·용수골 갈림길
08:15 삼도봉(1499m)
08:28 화개재(1315m)
08:53 - 09:00 토끼봉(1534m)
09:35 총각샘 이정표
09:55 - 10:00 연하천대피소(1440m)
10:11 음정 갈림길
10:15 삼각고지(1480m)
10:40 형제봉 부자바위(1453m)
11:05 - 11:25 벽소령대피소(1340m)
11:42 신벽소령
12:08 - 12:13 선비샘(1491m)
12:37 - 12:42 칠선봉 망바위
12:50 칠선봉(1558m)
13:23 영신봉(1651.9m)
13:33 세석 갈림길(1547m)
13:46 - 14:02 촛대봉(1703.4m)
14:21 삼신봉(1700m)
14:34 연하남봉(1694m)
14:44 연하봉(1721m)
14:57 장터목대피소(1653m)
15:12 제석봉(1808m)
15:28 통천문(1814m)
15:40 - 15:45 천왕봉(1915.4m)
16:06 - 16:21 중봉(1875m)
16:48 - 16:52 써리봉(1602m)
17:09 황금능선 갈림길
17:23 치밭목대피소(1425m)
17:38 무제치기폭포 위 지계곡 나무다리
17:41 무제치기폭포 갈림길
17:44 - 17:56 무제치기교
18:05 새재 갈림길(920m)
18:36 한판골 안부
18:46 한판골 지계곡 이정표
19:14 유평마을
19:30 대원사
19:50 대원사주차장
* 구간거리
화엄사 - 1.0km - 용소(1.0km) - 1.5km - 참샘터(2.5km) - 1.0km - 국수등 (3.5km) - 1.0km - 집선대(4.5km) - 1.2km - 코재(무넹기, 5.7km) - 1.3km - 노고단고개(7.0km) - 2.8km - 피아골삼거리(9.8km) - 0.4km - 임걸령(10.2km) - 1.3km - 노루목(11.5km) - 1.0km - 삼도봉(12.5km) - 0.8km - 화개재 (13.3km) - 1.2km - 토끼봉(14.5km) - 2.0km - 총각샘(16.5km) - 1.0km - 연하천대피소(17.5km) - 0.7km - 음정갈림길(18.2km) - 0.2km - 삼각고지 (18.4km) - 1.2km - 형제봉 부자바위(19.6km) - 1.5km - 벽소령대피소 (21.1km) - 1.1km - 신벽소령(22.2km) - 1.3km - 선비샘(23.5km) - 1.8km - 칠선봉(25.3km) - 1.5km - 영신봉(26.8km) - 0.6km - 세석대피소(27.4km) - 0.7km - 촛대봉(28.1km) - 1.9km - 연하봉(30.0km) - 0.8km - 장터목대피소 (30.8km) - 0.6km - 제석봉(31.4km) - 0.6km - 통천문(32.0km) - 0.5km - 천왕봉(32.5km) - 0.9km - 중봉(33.4km) - 1.3km - 써리봉
(34.7km) - 0.8km - 황금능선갈림길(35.5km) - 1.0km - 치밭목대피소(36.5km) - 1.1km -
무제치기폭포갈림길(37.6km) - 0.7km - 새재마을 갈림길(38.3km) - 1.8km - 한판골안부(40.1km) -
2.6km - 유평마을(42.7km) - 1.5km - 대원사(44.2km) - 2.0km - 대원사주차장(46.2km)
* 토끼봉 이정표 수정
천왕봉 17.4km → 18.0km 화개재 1.8km → 1.2km
노고단 8.1km → 7.5km 연하천 2.4km → 3.0km
* 치밭목대피소 이정표 수정
대원사 7.8km → 7.7km
* 한판골 지계곡 이정표 수정
유평마을 2.5km → 2.0km
구례시외버스터미널
화엄사 탐방지원센터
화엄사 이정표
화엄사 이정표
용소
용소
어진교
어은교
연기암 갈림길
참샘터
참샘터
국수등
중재
집선대
집선대
집선대
전망바위 바로 아래 작은 폭포
전망바위
전망바위
코재(무넹기)
코재에서 종석대
코재에서 노고단
노고단대피소
노고단대피소
노고단고개에서 노고단
노고단고개
노고단고개
노고단고개
노고단고개
노고단고개
노고단고개에서 반야봉
노고단고개
노고단고개
노고단 갈림길 부근에서 만복대
돼지평전에서 왕시루봉
돼지평전에서 왕시루봉
돼지평전에서 노고단
돼지평전 헬기장봉
돼지평전 헬기장봉에서 반야봉
돼지평전 헬기장봉에서 노고단
돼지평전 헬기장봉에서 만복대
피아골 삼거리
임걸령
임걸령
노루목
삼도봉에서 반야봉
삼도봉에서 노고단
삼도봉
삼도봉
화개재
화개재
화개재
화개재
얼레지
토끼봉
토끼봉
토끼봉에서 노고단, 삼도봉, 반야봉
토끼봉에서 왕시루봉
토끼봉에서 천왕봉, 촛대봉
돌아본 토끼봉, 반야봉
돌아본 토끼봉
총각샘
총각샘
총각샘
연하천대피소
연하천대피소
연하천대피소
연하천대피소
음정 갈림길
음정 갈림길
음정 갈림길
삼각고지
삼각고지
형제봉 부자바위
형제봉 부자바위
형제봉 부자바위
형제봉 부자바위
형제봉 부자바위
벽소령대피소
벽소령대피소
벽소령대피소
신벽소령
신벽소령
선비샘
선비샘
선비샘
칠선봉 망바위
칠선봉 망바위에서 중봉, 천왕봉
칠선봉 망바위에서 영신봉, 촛대봉
칠선봉 망바위에서 삼신봉
칠선봉 망바위
칠선봉 망바위
칠선봉 가는 길에
칠선봉
칠선봉
영신봉 오름길 계단에서 제석봉, 천왕봉
영신봉 오름길 계단에서 반야봉
영신봉
영신봉에서 촛대봉
영신봉에서 촛대봉
영신봉에서 촛대봉
세석대피소 헬기장 부근
세석 갈림길
세석대피소, 영신봉
촛대봉
촛대봉
촛대봉에서 천왕봉
촛대봉에서 천왕봉
삼신봉 오름계단
연하남봉에서 연하봉, 천왕봉
연하남봉에서 연하봉, 천왕봉
연하남봉 내림계단
연하봉
돌아본 삼신봉
돌아본 연하남봉
돌아본 삼신봉, 촛대봉, 연하남봉
일출봉
연하봉
연하봉
연하봉에서 제석봉, 천왕봉
연하봉의 생과 사
돌아본 연하봉
돌아본 삼신봉, 촛대봉, 연하남봉, 연하봉
일출봉 갈림길에서 일출봉
일출봉 갈림길에서 천왕봉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
제석봉에서 일출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제석봉
제석봉
제석봉
제석봉
제석봉
제석봉에서 천왕봉
통천문
통천문
통천문
겨울의 흔적
통천문
천왕봉에서 하봉, 중봉
천왕봉
천왕봉
천왕봉
천왕봉에서 하봉, 중봉
중봉
중봉에서 천왕봉
중봉에서 써리봉
써리봉
황금능선 갈림길
치밭목대피소
치밭목대피소
무제치기폭포 위 지계곡 나무다리
고생보따리
무제치기폭포 갈림길 나무계단
무제치기폭포 갈림길
무제치기교
무제치기폭포
무제치기교
새재 갈림길
금낭화
한판골 안부
한판골 지계곡
금유평마을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장사익---님은 먼 곳에 (0) | 2011.05.25 |
---|---|
임재범 ---여러분 (0) | 2011.05.25 |
[스크랩] 긍정의 힘을 아시나요? (0) | 2011.05.23 |
[스크랩] 일본지진 참상 (0) | 2011.05.23 |
[스크랩] 외모보다 마음이 더 아름다웠던 여인 (0) | 201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