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성형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형 수술이 흔하다.
요즘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우리 나라를 찾아 성형 수술을 받고 간다고 한다. 수술을 통해서라도 아름다워지려는 욕구를 어떻게 봐야 할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수술을 받는 과정이 안전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수술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 감사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전신 마취를 하는 성형외과 병·의원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응급 의료
장치를 구비하지 않은 비율이 전체의 77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 마취를 하다 보면 호흡이나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이때에 대비해
심장 충격기나 인공 호흡기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를 구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두 응급 의료 장치를 모두 구비한 성형외과 병·의원은 전체 1,091곳 가운데 84곳인 16.8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성형외과 병·의원의 44.1퍼센트가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두 장비를 모두 구비한 비율이 강원도나 경상남도보다 낮았다.
물론 서울의 성형외과 주변에는 큰 병원들이 있어 혹시모를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있어도 빠른 대처가 가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정 감사 현장에서 한 국회의원이 지적한 대로
“성형 수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료 사고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응급의료 장비를 꼭 구비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2012년 4월~2013년 8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성형 피해만 873건이나 되며,
유방확대술이나 양악수술 등 전신 마취가 필요한 성형 수술에서는 심장 정지와 같은 사고가 종종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성형에 대한 광고가 지나친 것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의료 광고 심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체 의료 광고의 26.6퍼센트는 성형 광고다.
성형 광고는 최근 크게 늘고 있는데, 2011년 602건에서 지난해 3,248건으로 한 해사이에 5배 이상 늘었다.
외모 지상주의인 우리나라에서 성형 광고를 버스나 지하철 등 생활 곳곳에서 보게 되면서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더 빠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광고가 성형 수술의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수술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까지 끌어들이는 성형 수술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처음에 성형외과는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공장 등에서 일하다가
산업 재해로 손가락이 잘리는 등과 같은 심각한 사고를 당했을 때나
유방암 수술 뒤 유방의 재건 등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영역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미용 성형이 대세를 이룬다. 많은 부를 창출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비판이나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불필요한 성형 수술을 양산하거나 안전성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면
이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의 기본 정신을 어기는 일이 될 것이다.
1999년 의대 졸업. 2002년까지 경북 영주시에서 3년 동안 공중보건의 로 근무, 2002년 5월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로 입사해 현재 8년째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건강 기사 제대로 읽는 법>과 공저로 <의사가 말하는 의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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