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문학에 숲에서 사랑의 날개를 찾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퍼도 또는 상처 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은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준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자석이 쇠에 달라붙는 것처럼 가슴에 철썩 붙어버린 글.
아마 내 심장에도 이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기에 심장이 이 문장을 알아본 것이겠지.
아주 오래전 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하던 때 나는 문득 내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글을 쓸테야. 장영희처럼 편안하지만 진지하게 아름다운 글을..."
세월이 흐르고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가 늘 내 글의 핵심이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하지도 장영희 교수님처럼 영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살수록 문학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뚜렷히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라고 데카르는 말했다.
책은 내게 편안한 카페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들과 한 공간에 앉아 진심의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해야만 가능한...
<논어>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책과의 사랑에 빠지면서 책 속의 인물과 또는 그 책을 쓴 작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내가 사는 삶이 달라지게 되었다.
어떻게 더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고,
또한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게 한 그 폭발적인 힘의 근원이 바로 문학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의 이야기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작품 속 인물에게서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합니다.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이 사람도 이런 생각을 했네',
'나도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작품 속 인물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내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나와 남은 결국 인간이기에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통로가
바로 문학인 셈이지요. (p16 남이 되는 연습)
장영희 교수님은 삶 자체가 문학이었다.
너무도 유명한 장왕록 번역가의 막내 딸로 태어나 늘 책을 보고 번역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책과의 인연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아버지의 뒤를 따라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부녀가 함께 번역한 <<대지>>는 애독가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녀는 암으로 긴 투병을 하다가 3년전 사망했다.
그 전까지는 강단에서 또 글을 쓰면서 문학을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다 .
이 책은 그동안 그녀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준 문학과 삶에 대한 사랑의 메세지를 수록한 강연 모음집이다.
고 장영희 교수님의 친구인 시인 김승희(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그녀의 문체는 강건하고 아름답지만 그녀의 입말은 정말이지 푸른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가는,
톡 쏘는 청량음료처럼 싸아하고 아주 매력적이다." (p224 서평)라고 했다.
장영희 교수님의 글과 말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 이 문장을 고스란히 끌고 왔다.
"저는 여러분 안에도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나 혼자가 아니라 남을 생각하고,
또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공부의 시작은 바로 그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p34)처럼
문학이란, 특히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과 책은 '사랑'이 전제이고 기반이었다.
내 글은 그녀에게 큰 영향을 입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별세한 이후에도 그녀의 글들은 '사랑'이라는 알람으로 늘 내 귀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평소 그녀가 아끼던, 가장 좋아하던 시가 있어서 소개한다.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다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쳐있는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만약 내가(If I can) - 에밀리 디킨슨, p157~158>
If I Can..
- Emily Dickinson -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o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이 시는 에밀리 디킨슨이 쓴 시이지만 고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적 사상이 그대로 대변되는 시이기도 하다.
장영희 교수님의 글들은 어둠으로 시드는 꽃들을 환하게 다시 살리는 햇살이다.
다독다독 등을 밀어주고 두 손 꼭잡아 끌어주는 사랑의 햇살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장영희 교수님의 글을 읽고 희망을 가지는 것은 그 글들이 진심어린 어머니의 걱정의 손길이고,
격려의 다독임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의 힘이다.
장영희에게 문학이란 '어떻게 사랑하며 살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며,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었다.
삶,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책 속에 수많은 예가 들어있다.
문학은 기꺼이 우리에게 그 희망을 나누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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